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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종

(토마토칼럼)절제 없어 불안한 '무소의 뿔' 부동산시장

박관종 건설부동산부장

2016-09-30 06:00

조회수 : 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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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불안불안 하다. 하기야 2008년 금융위기 이전부터, 또 금융위기 이후에도 국내에서 가장 불안한 시장은 언제나 부동산 시장이었다. 항상 불확실하고 또 아예 꺼져서 회생의 불씨 한 톨 남기지 않을 것처럼 가격을 떨어뜨리거나 미분양을 기하급수로 늘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또 어느새 강남과 수도권 신도시에 슬며시 바람을 넣어 터지기 직전까지 버블을 팽창시킨다. 결국 또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는 일을 반복 했다.
 
이렇게 10여 년 동안 2~3년을 주기로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은 시장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갖게 됐고, 한편으로 다가올 위기에 둔감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부 역시 둔감하긴 마찬가지다. 2년 전 전국에 미분양이 쌓여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전세 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때 집은 주거의 개념에서 소유의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규정했다. 더 이상 집으로 부를 축척하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정책들을 쏟아냈다.
 
팔리지도 않을 아파트 공급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한시적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집 살 능력은 있으나 소유 가치가 없는 집을 사지 않는 중산층을 위한 신개념의 임대주택 제공도 약속했다.
 
하지만 올 들어 시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열기를 뿜고, 서울과 수도권, 부산 지역에 수요가 몰리며 투기세력들이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불법 전매와 불법 분양권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3.3㎡당 4000만원을 넘긴지 오래다.
 
언뜻 보면 다시 소유의 개념으로 넘어 온 듯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중산층 임대주택 뉴스테이의 분양 경쟁률이 몇 십 대 1을 기록하는 걸 보면 최근 부동산 시장을 소유 혹은 주거로만 가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의 정책도 다시 소유욕을 자제시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분양 시장 집단대출 조건과 분양보증 여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파트 이제 그만 사라고 공공택지 공급 물량도 줄인다. 금융당국에서는 전매제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압력을 넣고 있다.
 
일련의 모든 것들이 다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중심, 지긋지긋한 아파트 때문에 생긴 일들이다. 그래도 근 30여년 아파트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시켜 주는 최대 가치로, 중산층의 부를 축척시켜주는 척도로 여겨졌다.
 
1986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약 350%(서울은 367%) 올랐다. 88올림픽을 전후로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1987년~1990년 사이에만 108.8%가 뛰었다.
 
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가 가장 큰 시련이었다. 외환위기 직후 호가만 13.5%가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분양가상한제를 앞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공급과 MB의 보금자리주택이 시장에 혼선을 주면서 매매시장 전반이 바닥을 쳤다.
 
이 시기 고점 대비 9.8% 떨어졌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2014년이 돼서야 겨우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런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 진 것이다. 과거와 비슷한 우려지만 공급 과잉에 2~3년 후 입주 시기가 되면 폭락 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강남 재건축발 버블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건설업계, 시장, 수요자 모두자제력을 잃고 빤히 보이는 구덩이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는 사이 수도권 일부와 지방에선 이미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 분양가상한제 재도입, 전매제한 강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 늦기 전에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과거와 다른 시장은 이제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시간에도 정부의 고민은 계속 되고 있다. 재앙이 오기전 욕심을 버리고 자정능력을 발휘할 때다. 
 
박관종 건설부동산부장
pkj3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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