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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토마토 칼럼)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때 놓치면 안된다

2016-10-18 17:06

조회수 : 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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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순철기자] #.지난 2014년 안타까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송파 세모녀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전세 3600만원의 단독주택 지하 단칸방에 세들어 살고 있던 세모녀는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건강보험료 44700(2015년 기준)이 부과됐다.
 
#.8000만원 짜리 서민아파트에 살면서 폐지 수집으로 생활하는 70대 노부부가 있다. 이들은 현재 건보료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재산 점수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 점수527점으로 매달 93800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같이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의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돼 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지역가입자의 경우는 종합과세소득 연 500만원 이하와 초과 세대를 구분하는 등 보험료를 내는 기준이 대상에 따라 달리 적용되기 때문에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까지 보험료 관련 건강보험공단에 제출된 민원 5500만건 가운데 부과액과 관련한 민원이 650만건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송파 세모녀의 사례에서 보듯이 서민들과 중산층 자영업자의 부담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이다.
 
또한 직장과 지역가입자 이원화된 부과체계로 인해 여러 가지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상황이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유층이 저임금 직장가입자로 위장 취업하는 등 보험료 회피를 위한 모럴 해저드가 만연하다.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가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월 보험료가 2만원대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외에 직장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차별적인 피부양자 제도도 이원화된 체계의 부정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농어촌의 노령층 중 직장가입자 자녀가 있으면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내지 않으나, 직장 다니는 자녀가 없는 노인세대는 재산에 따라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가능한 빨리 개편돼야 한다. 이미 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현행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의 단일화된 통합부과체계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국정과제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개편안도 내놓지 않고 여지껏 뭉그적거리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야당 의원들이 집중 질의했으나 돌아온 답은 없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극히 형식적이고 추상적인 답변만을 한 채, 구체적인 답변은 끝내 회피했다.
 
이렇게 부과체계 논의가 올해를 넘길 경우 현 정부에서의 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되기 때문에 일부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면서 까지 부과체계 개편을 밀어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지지층이 부유층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오죽 답답했으면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이 표심을 의식해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랴.
 
권순철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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