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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하루 새 열탕 끝 냉탕…롤러코스터 탄 채권시장

트럼프 말 한마디에 펄펄 끓던 채권시장 찬물

2016-11-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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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거품 우려가 대두될 정도로 초강세 행진을 이어가던 국내 채권시장이 하루 만에 꽁꽁 얼어붙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수락 연설이 단숨에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안전자산 비(非)선호현상에 불이 켜지면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모든 기간물별 국고채 금리가 급등했다. 국고채 3년물 최종호가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6.3bp 상승한 1.465%, 5년물은 전일 대비 9.4bp 높은 1.587%에 고시됐다. 국고채 10년물은 14.8bp 오른 1.819%, 20년물은 16.0bp 상승한 1.928%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0년물은 16.1bp 오른 1.950%였다. 국고채 50년물은 16.0bp 상승한 1.941%로 고시됐다. 
 
원화가치 급락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유입되며 장기물 위주로 채권값이 대폭 떨어진 것으로 어제와 대조적인 결과다. 앞서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크게 확대, 5년 국채금리의 경우 전날 4.4bp 하락한 1.468%에 마감했다.
 
적어도 1개월 이내의 국내외 채권시장 강세를 예상했던 시장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루 앞을 내다보고 내놓은 예측이 모두 틀린 것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구혜영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당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테일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고 국내외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적으로도 미국이 주변국과의 상당한 마찰을 초래하면서 불확실성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의 공약이 크게 감세 정책, 보호무역, 방위비 부담 전가와 인프라투자 확대 등으로 요약되면서다.
 
김동원 S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은 또 다른 '블랙스완'이 등장한 것으로 보여졌으나 예상 밖으로 시장을 회유하는 수락 연설을 내놓으면서 달러의 상승 반전, 뉴욕증시의 가파른 상승, 미 국채시장의 약세 전환 등이 곧장 이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감세를 분명하게 밝혔다. 따라서 미 국채 발행 가능성도 높아졌다. 자국민의 세금이 아닌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전일 미국채 금리는 20bp 가까이 폭등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변수에 의한 가격 급등락 이슈는 당분간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핵심재료가 될 것"이라며 "특히 내년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까지는 변동성 분출이 극심해질 시기"라고 말했다. 단기가격 변화를 추종하기 보다는 적정가치 재평가 이후 대응이 적절하다는 진단도 더했다. 
 
트럼프가 급격한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안전자산인 채권시장 비선호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트럼프의 뉴딜 정책이 일정부분 성공을 거둬 미 경제지표가 호전된다면 미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채권시장 버블이 꺼지면 가장 큰 타격은 신흥국 위험자산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 자본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김 연구원은 다만 현재의 시장 약세 분위기는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물가채 매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미국 채권값 하락장을 보고 각오는 했으나 생각보다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 장기물을 중심으로 약세흐름을 이어가겠으나 대세 상승 추세를 지속하진 않을 것"이라며 "물가상승 요인이 큰 만큼 당분간 물가에 베팅이 가능한 물가채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9일 새벽 당선 확정 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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