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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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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국회 증언대에 서는 재벌총수들, ‘게이트’ 입 열까?

삼성 이재용·현대차 정몽구 회장등 8대그룹 망라

2016-11-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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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서 각 기업들의 대표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박현준 기자] 8대 그룹 총수들이 나란히 청문회 단상에 오른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증인 자격으로다. 박근혜 대통령이 총수들과 독대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종용했는지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기업들은 모금을 강요당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모종의 대가를 바란 뒷거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회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공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여 해당 기업들이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1일 8대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면담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다. 이후 이들과 별도로 박 대통령과 독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증인에 포함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이승철 부회장도 대상이다.
 
이들 기업 증인은 다음달 5일 1차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와 고영태, 차은택 전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원동 전 경제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바로 다음날 6일 청문회 질의를 받는다.
 
총수들은 일종의 피해자 신분이지만 청문회 단상에 서서 각종 질의를 받게 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1988년 5공 비리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곤욕을 치렀다. 정 회장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에 돈을 낸 것이 “시류에 편승한 것”이라고 했다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그룹들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이번 증인채택에 대한 어떤 입장을 내기를 꺼려했다. SK 한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이 줄소환 돼 검찰 조사를 받았으니 이번 특위에서도 증인 채택이 어느정도 예상됐다”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80억원 추가 출연 요청도 거절했으니 잘 헤아려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에서 뭐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최대한 협조하겠다”고만 했다. 한진그룹 측도 “사안이 심각한 만큼 신중히 추이를 지켜보고 협조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1차 청문회를 기업인들로 할지 예상 못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촉박한 일정에 대해서는 “다른 일이 있어도 여론 반응을 고려하면 불참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게 대다수 반응이었다. 수사가 계속되면서 다른 사업 일정을 잡을 수 없어 기업 활동이 저해된다는 불만도 없지 않았다. 한 그룹 관계자는 “이미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특검도 새로 한다고 해 사업 추진 과정의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며 “거기에 국정조사까지 하니 같은 사건으로 2·3중 조사를 받게 되는 부담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청문회에서 실속 있는 답변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총수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진술을 했는지 외부에 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기업들은 전했다. 재단 출연을 대가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청문회에서 해명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총수들이 청문회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이 또한 여론의 질타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 측은 이래저래 부담이다. 앞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때문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부회장도 당시 의원들의집중 추궁에도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일관해 빈축을 샀다.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4년 대선 불법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김동진 현대차그룹 부회장, 강유식 LG그룹 부회장, 손길승 SK그룹 회장, 조양호 회장, 김승연 회장 등이 수사를 받았다. 당시 수사는 집행유예 및 벌금 등 기업인들의 처벌로 이어졌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총수들이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바 있다. 해당 사건들은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됐지만 이번 사건은 수사 방향이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일해재단 등 기업들이 자금 모금에 동원된 사건 유형이 비슷하지만 검찰이 뇌물죄로 기소하지 않고 비교적 처벌이 가벼운 직권남용 혐의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지적이 시민단체나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이 20일 최씨 등을 기소한 공소장에는 제3자 뇌물죄 혐의가 빠졌지만, 향후 공소장 변경 신청을 통해 추가 기소할 가능성은 있다. 검찰은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이 최씨와 청와대 측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출연금을 납부한 것으로 봤다. 즉, 뇌물이라기보다 강압에 의해서 출연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뇌물죄를 적용하면 최씨 등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아지지만 기업들도 처벌을 받게 된다. 검찰은 추가적으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있는지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으로 뇌물죄가 성립하는 요건인 부정 청탁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적당한 선에서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사안의 본질이 빠진 껍데기 기소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직권남용만으로 기소하는 것은 경제권력과 정치권력 사이의 금전을 매개로 한 정경유착을 외면해 대기업들을 희생자로 만들어주는 것일 뿐더러 최순실, 안종범, 대통령의 처벌 범위가 턱없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영·박현준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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