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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토마토 칼럼)‘불통’ ‘수첩공주’ 그리고 최순실

2016-11-3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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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순철기자] 필자가 지난 20132월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박 대통령 관련해 가장 관심을 가진 취재 분야는 불통의 리더십과 인사 참사의 원인 찾기였다. 하지만 이를 꾸준히 취재해온 필자도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기 전 까지 이 퍼즐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과 직접 소통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심지어 집권당인 여당과 청와대 인사들 조차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문고리 비서관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이 유일한 대화창구 였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대통령에게 직접 대면 보고하는 기회가 거의 없었으며, 공식행사 때 아니면 대통령의 얼굴 조차 직접 볼 수 없었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11개월 동안 박 대통령과 독대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지난 20129월 대선정국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 ‘인혁당 사건 유족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왔다. 그 분에 대해서 앞으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인혁당 사건은 1975년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2007년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법률적으로 재심이 이뤄지면 앞선 판결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인터뷰가 나간 직후 박근혜 캠프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자체 조사 결과 캠프 인사들 중 어느 누구도 이런 답변 자료를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캠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측근 비서진과 끈끈한 관계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답변 자료를 만든 것으로 의견을 모았었다회고했다.
 
또 박 대통령의 은둔형 인사스타일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인사 참사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수 많은 함량 미달 인사를 기용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주요 인사를 단행할 때 국가인재 DB등 정부가 그동안 축적해온 인사풀을 이용하지 않고, 개인적인 인재풀을 갖고 인사를 해왔다, 특히 박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기록해온 인사 수첩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수첩공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적인 기록물에 의존하는 나홀로 인사는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일 수 밖에 없다. 청와대 내에 인사위 등 인사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에 대해 ‘NO’라고 할수 있는 참모진은 아무도 없다. 인사가 성공했을 경우는 모르지만 실패했을 때는 대통령이 책임을 고스란히 질 수 밖에 없다.
 
최근까지 풀지 못했던 두 가지 궁금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보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비선 실세에 의한 통치, ‘최순실의 나라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통령은 국민이 아무 권한도 부여하지 않은 한 개인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넘겨줬고, 그 권력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얻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을 다스린 후 가정을 돌보고 그 후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첫 덕목부터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권순철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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