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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구본준 부회장, LG 경영 총괄…구광모 승계 징검다리 역할

1일 인사로 구본준 체제 개막, 구본무 회장은 대외 총괄…스마트폰 등 과제도 산적

2016-11-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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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포스트 구본무 시대가 본격화된다. LG는 2017년도 임원 인사를 통해 구본준 부회장의 위상을 그룹 전반의 살림을 총괄하는 위치로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 상무의 경영권 승계 시점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30일 LG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하며 대외활동을 담당하는 한편, 이번 인사를 통해 구본준 부회장의 위상은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위치로 격상될 것"이라며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했다. 또 "BJ(구본준) 체제를 통해 구광모 상무가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있는 시점까지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보인다"며 "구 상무는 앞선 회장들이 회장직에 올랐던 50세보다 이른 시점에 경영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LG는 이르면 내달 1일 인사를 공표한다. 
 
사진/뉴스토마토
 
구본준 체제 전환재계 "예정된 수순"
 
구본준 체제로의 전환은 재계 안팎에서 예상했던 수순과도 일치한다. 우선 관행처럼 이어오던 총수의 '70세 룰'이 이유로 거론된다. 앞서 LG는 고 구인회 창업주가 1969년 타계한 뒤 1975년부터 장남 구자경 명예회장이 2대 회장에 올랐다. 구 명예회장은 70세가 되던 1995년, 장남인 구본무 현 회장에게 3대 회장 자리를 물려줬다. 올해는 구 회장이 만 71세가 되는 해로, 선대 회장의 '70세 룰'이 이어질지 재계의 관심이 높았다.
 
다만 장자 승계를 위해서는 구광모 상무에게 자리를 넘겨야 하지만, 구 상무는 올해 만 38세로 아직 그룹을 이끌기에는 어린 나이. 이에 구 회장은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장자 승계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됐다. 재계 내에서도 고령 축에 속하게 된 구 회장은 "좋아하는 새나 실컷 보고 싶다" 등 평소에도 은퇴에 대한 발언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안 대대로 내려온 유교적 가풍과 함께, 총수 일가와 지주사 및 각 계열사간 체계적 지분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 역시 무리 없는 경영 승계를 가능케 한다. 범LG가는 특유의 유교적 가풍 영향으로 형제간 서열이 명확해 경영권 분쟁이 없기로 유명하다. 앞서 LG·GS·LS그룹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도 경영권의 양대 축인 구씨와 허씨 양가는 서로에게 더 많은 계열사를 챙겨갈 것을 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지분구조 역시 안정적이다. LG는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 전환을 도입해 지주사 ㈜LG 지분에 따라 전 계열사에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LG 최대주주는 구 회장(11.28%)이며 구 상무(6.03%) 또한 6.03%의 지분을 들고 있어 롯데와 두산, 금호 등에서 보였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위험도 낮다.  구 부회장의 지분율을 7.72%다.  
 
앞선 재계 관계자는 "구 상무는 범한판토스 등 유통분야를 비롯해 지주사 지분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더라도 추후 분란을 방지할 장치들은 마련됐다"며 "장자승계를 위해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인물은 구 부회장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본준 라인, 계열사 포진…진용 갖췄다
 
'구본준 체제'는 현재 어디까지 구축돼 있을까.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 체제 구축은 이미 지난해말 인사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구 부회장은 금성사(현 LG전자) 상무로 LG에 처음 몸을 담은 이후 LG화학 전무, LG반도체 전무, LG반도체 대표이사를 맡았다. 또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부회장까지 승진한 뒤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을 두루 거치며 영향력을 높여왔다.  
 
특히 지난해 구 부회장은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LG전자 이사회 의장, LG화학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으며 사실상 그룹의 미래 사업인 전장부품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위치에 올랐다. 그룹의 미래 전략사업을 이끌면서 LG화학, LG전자 이사회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
 
'구본준 라인'의 각 계열사 배치도 눈에 띈다. 그룹 내 대표적인 구본준 사람들로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하현회 ㈜LG 대표이사 사장 등이 꼽힌다. 한 부회장과 권 부회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진에 올랐고, 하 사장은 LG전자에서 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 구 부회장을 위한 완벽한 인사라는 평가까지 흘러나온다. 
 
구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장부품 사업의 책임도 그로서는 부담이다. 전장은 LG화학,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핵심 계열사들이 모두 팔을 걷어붙인 상황으로 그룹 전체의 사활을 좌우할 사업으로 꼽힌다. 라이벌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전장업체 하만을 80억달러(9조3600억원)에 인수하며 LG와의 전장부품 경쟁 구도를 단박에 뒤집은 상황으로, 초조함도 커졌다.
 
LG전자를 넘어 전 전자계열사들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스마트폰 부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MC사업본부는 올해만 1조원을 넘어서는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본부의 전열 재정비 등 운영방안에 대한 묘안이 절실하다.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혹평도 뒤따른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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