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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달려가는 K-BIO)③"제약바이오업계, 한미약품 사태로 성숙도 높아져"

투명성 제고되는 선진문화 형성…한국거래소의 공시제도도 손질돼

2016-1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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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2016년 9월29일 오후 4시. 한미약품(128940)은 제넨텍과 약 9억1000만달러(약1조700억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29분.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 폐암신약인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공시를 통해 알렸다. 이틀 사이에 온탕과 냉탕을 오간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7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내부정보 유출문제까지 드러나며 한미약품은 검찰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제약업계 스타로 떠오른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로 한 순간에 질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제약업계 신약개발 관행과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의 허점이 뒤엉키며 한미약품의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제약업계 기술계약에 관한 투자자 및 대중의 이해도가 높아졌고, 공시제도가 정비됐다. 선진제약사로의 기술수출을 장밋빛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허황된 거품이 걷히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자체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는 '투명성' 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이전 계약 같은 '호재성' 공시를 내놓던 업계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제휴 해지나 신약개발 중단 사례 등 이른바 '악재'도 미리 알림으로써 투명성이 제고되는 선진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녹십자(006280)는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 중단 사실을, 유나이티드제약은 개량신약 2개 공급계약이 해지를 스스로 알렸다.  동아에스티(170900) 역시 글로벌 제약사인 GSK와 맺었던 공동판매 제휴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총 5조원 규모의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상업화까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업계의 한 연구자는 "이러한 사례를 처음 겪는 국내투자자들로서는 생소한 일이겠지만 임상 실패 및 기술수출 해지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고, 이로 인해 업적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임상은 최종 신약으로 승인을 받기까지 평균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며 약 12년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10개 중 1개만 최종적으로 신약으로 허가를 받는다는 얘기다. 또 임상 2상에서의 성공률이 가장 낮다.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와 부작용을 가늠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상 후기로 갈수록 약물의 가치는 커져 빅파마로의 기술 이전시 높은 가치를 보장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이 같은 악재성 공시도 스스로 밝히는 문화가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국내 업체는 이러한 정보를 내보이는데 주저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한미사태 이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공시제도도 변화됐다.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로 일부 투자자들의 피해를 보면서 더욱 엄격해졌다는 평가다. 현재 자율공시 사항인 '기술이전·도입·제휴계약'과 '특허권 취득 및 양수·양도'는 의무 공시 사항으로 전환된다. 기술이전 등과 관련된 공시 제출 기한이 단축되는데, 이러한 자율공시 사항을 정정하게 되는 경우 익일 공시(오후 6시까지)에서 당일 공시로 공시 제출 기한이 짧아진다. 진행단계별 정보제공도 확대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기술은 한국 제약 바이오기업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이번 국내 기업들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보기보다 글로벌사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단계별 성과에 따른 대가(마일스톤)에 대한 개념 이해 없이 전체 계약금액을 보고 회사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면서 "한미약품 사태로 제약바이오기업의 계약관행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안도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지난 10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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