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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피플)가온의 실력은 사람 "방역업계 중심 되겠다"

열악한 고용행태에 반발…가온 설립해 근로자 전문성과 자부심 고취

2016-12-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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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라 하면 '전문성'이 결여될 것이라는 색안경 낀 시선 앞에 직면하곤 한다. 이같은 선입견은 때로는 사람을 쉽게 자르고 쉽게 고용하는 잘못된 관행으로 이어지곤 한다. "15년간 방역소독 용역업체에 몸담으며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힘겨움을 겪는 직원들을 종종 봐왔죠. 일부 심각한 업체들은 4대보험도 없고 주말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도 아끼려하곤 했어요." 그는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회사가 이익을 내는 만큼 직원들과 나누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는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부당함에 대한 기억은 정당함의 기회를 낳았다. 소독방역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그는 지난해 3월 안정적 고용을 약속한 방역소독 전문 사회적기업 가온을 직접 설립하기에 이른다. 가온의 도귀영 대표다.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가온 사무실에서 만난 도귀영 대표. 시종일관 수줍은 미소로 인터뷰에 응하던 그는 '일'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이내 날카롭고 단단한 모습을 드러냈다. '외유내강'이란 말이 적격인 사람이었다. 
 
회사와 직원들에 대한 그의 진정성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안정적 고용 유지에 노력하는 동시에 직원 개개인의 업무 전문성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따뜻한 선배·동료의 모습 속에서도 일처리에 있어서만은 전문성을 강조하는 까칠하고 꼼꼼한 대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도 대표는 "가온은 직원들의 고용 안정, 처우 개선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사회적기업이지만, 동시에 기업으로서 품질경쟁력과 차별화된 서비스 정신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방역소독 전문 업체"라며 "가온의 뜻은 '중심'으로, 방역업계 중심을 넘어 사회적기업 중심으로 거듭나는 회사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도귀영 가온 대표.사진/뉴스토마토
 
'직원의, 직원에 의한, 직원을 위한' 
 
방역업계의 중심에 서겠다는 가온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현재 가온은 현장근로자를 포함해 15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도 대표는 "보통 용역업체 직원들은 일을 하며 모멸감을 느낄 만한 대우를 많이 받기 때문에 자존감 역시 낮아지는 경우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가온은 기본적으로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보장하는 한편, 교육을 통해 직원들을 단순 용역근로자가 아닌 방역소독 전문가로 육성함으로써 스스로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온은 설립 첫해인 지난해 고려대에서 진행하는 전문가 과정 학술세미나에 직원을 참석시키는가 하면, 매년 봄 중국 방역박람회와 가을 아시아·오세아니아 국제방역대회(FAOPMA)에도 직원들을 파견하고 있다. 자체 교육도 실시한다. 한국방역협회에서 3년마다 전문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 올 1월에는 하루 200만원의 교육비를 감당하고 위생·해충 전문 교수를 초청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진행했으며, 내년 1월에도 이 같은 교육이 예정돼 있다.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 고취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도 대표는 "한국방역협외 각 산하에 지역별 지회가 있는데 보통 대표들 위주로 참석하지만, 가온은 유일하게 전 직원이 참석한다"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주인의식 모두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도 기업"…실력으로 정면돌파
 
이 같은 노력은 직원뿐 아니라 가온의 서비스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적 효과를 낳았다. 도 대표는 "보통 방역소독 또는 청소 용역을 줄 때 사회적기업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성이 결여된 업체들이 부지기수"라며 "반면 가온은 서식지 및 시설진단 등 원인 분석부터 해결까지 선제적 종합방제(IPM)를 통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15년 방제소독 노하우를 갖춘 도 대표와 교육을 통해 강화해온 직원들의 전문성이 결합된 '실력'이다. 
 
현재 가온이 방역소독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 수는 한 번에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한국은행과 기업은행, 농협, 국민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서비스가 중요한 금융권을 비롯해 지역난방공사, 한국관광공사,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국세청 등 관공서와 삼성,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끝없이 고객사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최근 부가사업으로 시작한 저수조청소 용역 역시 신중을 거듭한 끝에 실력을 갖추고서야 시작했다. 도 대표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일거리가 줄어들었을 당시 저수조청소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는 없었다"며 "스스로 공부를 하는 것과 동시에 여의도 63빌딩을 관리하던 경력자를 스카우트하는 등 전문성을 갖춰다고 판단했을 때야 사업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전문성에 대한 도 대표의 강한 욕심과 자부심을 함께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 대표는 "회사 목표 중 하나가 '첫 계약은 입찰을 통해서 따더라도, 두 번째 계약은 무조건 수의계약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계약해지를 하더라도 우리가 한다는 생각으로, 한 번 계약한 고객은 이후 가온을 기억하고 다시 찾게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귀영 가온 대표(맨 오른쪽)를 비롯한 직원들이 방역관련 박람회에 참가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장의 중심에는 늘 '상생'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늘 거래처를 바삐 도는 도 대표지만,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책임은 잊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는 일을 찾던 중 주목하게 된 것이 바로 경로당 방역 봉사다. 자체적으로 소독을 실시하고 있는 경로당도 있지만, 환경이 열악해 바퀴벌레나 쥐 출몰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도 대표는 "현재 책임지고 있는 경로당 수가 54군데에 이르고 상태가 워낙 열악해 직원들 역시 초반에 고생이 많았다"며 "하지만 주기적인 관리를 통해 이를 감당해가고 있고, 그만큼 보람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국내 방역업계를 위한 포부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가온 직원들을 상대로 한 전문교육을 넘어서, 향후 국내 방역업계 전체 근로자들을 위한 교육장을 만드는 것이 그의 원대한 꿈이다.
 
도 대표는 "지난해 중국에 직원을 교육보냈을 당시 직원이 닝보보건소에 있는 방역 관련 교육장 사진을 찍어보냈다"며 "한 공간에 주방 모형을 만들어놓고 쥐나 바퀴벌레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트랩을 설치하는 방법을 교육하거나,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 등을 실질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반면 국내의 한국방역협회는 전용 교육장이 없다"며 "방역 후배들을 위한 실습 교육장을 만드는 것이 최종 꿈"이라고 강조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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