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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현장에서)동대문 '사드 한파'…정부는 없다

2016-12-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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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다 망하게 생겼어요. 여름휴가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중국의 의도적 통관지연 사태로 이미 열흘 넘게 화물이 묶여있다는 동대문 상인의 어투에는 깊은 한숨과 한탄이 섞여 있었다. 통화 이후 찾은 동대문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상가 복도 곳곳에 배송을 못한 옷들이 성인 키 이상의 높이로 잔뜩 쌓여있었다.
 
"복도에 쌓아둔 물량만 족히 2억원 어치는 될 것"이라는 현장 상인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뭍어있었다. 하소연할 곳이 없단다.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중국으로 화물을 보내는데도 중국 해관은 이런저런 핑계로 통관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통관이 멈춰진 시점은 공교롭게도 11월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광군제' 당일부터였다. 국내 주요 유통업계는 광군제를 맞아 중국 역직구 수요를 노린 온갖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동대문 패션업계의 최대 성수기가 겨울철 외투 수요다. 겨울장사로 여름을 나는 이들에게 이 시기의 배송 지연은 치명적이다. 배송이 미뤄지면서 현지 고객들이 자칫 대거 환불이라도 하게되면 동대문은 다 망할 것이라는게 상인들의 이야기다.
 
비단 동대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도 잇따라 강도높은 세무조사와 소방점검 등 '의도'가 보이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사드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인한 중국 측의 무역보복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또한 이에 공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두 손 놓고 있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한데도 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 관계당국은 기자가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한 지난달 28일까지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오히려 기자에게 "새로운 소식 들은 게 있으면 알려달라"고 역취재(?)를 시도하는가 하면, 다른 관계자는 "민원신고가 없으면 알 길이 없다"며 해명하기 급급했다. 일부는 소관부처는 맞지만 담당 업무는 다른 부처에서도 맡는다며 업무를 떠넘기려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28일 <뉴스토마토> 보도 후에도 타 언론과 방송 등에서 같은 내용의 기사가 쏟아졌지만 정부는 달라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8일 중국 해관이 일부 배송물량(11월11~17일 발송분량)을 통관시켜줬는데,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서가 아니라 중국 해관의 적재공간이 부족해서였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정부없는 상인들은 스스로 각자도생의 길을 찾고 있다. 
 
이성수 생활경제부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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