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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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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같은 이름에 울고 웃는 의원들

2016-12-06 15:29

조회수 : 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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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동참 촉구 문자메시지를 무더기로 받으며 때아닌 곤욕을 치렀다.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에게 가야할 문자가 본인에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최 의원은 새누리당 친박(박근혜)의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이름이 같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에게 가야 될 문자가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에게 간 것.
 
급기야 최 의원은 지난 4일 저녁 부랴부랴 자신의 SNS에 휴대전화 문자를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그는 “경북 경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에게 가야 할 탄핵 동참 촉구 문자가 저에게 오고 있습니다”며 “저는 그 최경환 의원이 아닙니다. 국민의당 광주 북구을 지역구 최경환 의원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최 의원은 공식 회의 석상에서 종종 자당 의원들이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향해 날선 비판을 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경환 의원처럼 동명이인의 존재로 인해 손해를 보는 의원들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신 김성태 의원이다. 김 의원은 같은 당 소속으로 서울 강서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성태 의원과 이름이 같아 고민이다. 김 의원의 경우 대중적인 인지도가 3선의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 거명된 기사가 포털에서 눈에 안 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토로한다. 눈에 띄는 현안을 발굴했더라도 비례대표 출신 의원이라는 점이 기사에 표기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지역구 의원 김성태’와 헷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존하지 않은 인물 때문에 난감해하는 의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주인공이다. 황 의원은 조선 초 세종 대에 영의정을 지낸 황희 정승과 이름이 같다. 사실 황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이름의 덕을 본 대표적인 정치인이었다. 서울 양천갑의 경우 역대 선거에서 여권에 유리한 지역이었는데 황 의원은 이름의 도움으로 60~70대 고령층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고 이는 정치 신인임에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높은 지지율로 이어졌다. 하지만 당선된 뒤에는 황희 정승에 대한 기사가 주로 검색되면서 그만큼 자신을 알릴 기회가 줄어들어 고민에 빠졌다. 
 
반면 자신의 이름 때문에 이득을 본 의원도 있다. 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영향으로 자신의 인지도도 덩달아 오른 경우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극중 주인공과 이름이 같아 지역 사람들에게 (김 의원 이름이) 한번 더 거론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자신의 이름에 따라 울고 웃는 국회의원들이지만 결국은 본인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초·재선 의원 시절에는 정치인 유승민보다 탁구 국가대표 유승민 선수가 더 유명했다. 하지만 차분하게 의정 활동을 하면서 역량을 키웠더니 어느새 정치인 유승민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 지난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밝힌 소회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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