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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시론)경기침체속의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

2016-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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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경기회복에 대한 신호가 감지되지 않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금리상승은 우리나라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금리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본격화되면서 위기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장금리의 상승세는 금리지표로 인식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의 변화를 통해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말 기준 1.247%로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이었으나 불과 2개월 뒤인 12월 2일에는 1.745%로 약 0.5%포인트 상승했다. 장기금리의 경우 상승폭은 더욱 큰데, 동일 기간에 대한 국고채 10년물의 금리는 1.398%에서 2.258%로 0.86%포인트 증가했다. 3년물과 10년물에 대한 금리상승률은 2개월의 기간 동안 각각 40%와 62%에 이를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시장금리의 상승은 은행의 가계대출 적용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9월 이후 은행의 가계 대출금리에서 실제로 빠른 상승세가 관찰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여전히 동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시장금리의 상승을 이유로 대출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모두 큰 폭으로 조정함으로써 금리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은 실적개선을 위한 자율적인 가격조정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급격한 금리인상은 가계대출 부실화의 단초가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연체율 증가를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편 가계대출에서는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변동금리부 대출에서는 금리인상의 부담이 전적으로 대출자에게 전가된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은 즉각적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의 재무상태를 한계상황으로 몰고 갈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진행중인 금리상승을 우려스럽게 바라보아야 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금리인상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은 경기싸이클이 상승국면으로 전환될 때에 나타난다. 소비와 투자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어 생산이 늘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자금수요가 증가하여 금리상승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금리상승은 경기회복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인다.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2% 중후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4분기 경제성장률은 3분기에 비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도 더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는 기관이 많아 2% 중반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소비와 투자는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고용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외경제 여건상 수출회복도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세금감면 및 인프라투자 확대와 같은 확장적인 재정정책의 실행 가능성이 커져서 미국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로 인해 우리의 수출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도 한한령(限韓令)으로 상징되는 무역규제의 강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고용과 소비, 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경제지표의 개선기대감과 금리지표의 움직임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경기회복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가계소득이 개선될 여지가 높지 않음을 의미한다. 가계의 소득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게 되면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사실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은 이미 한계상황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부채가 있는 가계의 원리금상환액 대비 가처분소득 비율이 지난해에 이미 30%를 넘어섰다. 가용소득의 30%를 대출의 원리금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채가 있는 소득 1분위와 2분위의 경우 이 비율은 각각 55.7%와 42.9%에 이른다. 위험수위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 계층의 부채상환 능력은 금리상승이 이어질 경우 붕괴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금리상승의 속도가 매우 완만한 모습을 보이거나 추가적인 상승폭이 크지 않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수도 있다. 최근의 금리인상은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저금리 상황이 트럼프의 당선을 계기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공약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 금리인상 추세가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그렇지만 국내 가계부채가 외부로부터의 금리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인 것은 분명하며, 경기침체 상황에서 전달되는 금리충격은 더 큰 파괴력을 가진다. 금융회사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역량을 집중할 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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