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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문화단체, '블랙리스트 작성' 김기춘 특검 고발

조윤선·송광용·서병수 포함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

2016-12-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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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됐다. 문화연대와 예술인소셜유니온, 서울연극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2개 문화단체는 이날 오전 김 전 실장 등 9명을 직권남용·강요·업무방해 등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피고발인에는 조윤선(5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광용(63) 전 교육문화수석, 서병수(64) 부산광역시장, 모철민(58) 전 교육문화수석 등이 포함됐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에서 "김기춘은 조윤선이 동석한 2014년 10월2일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한 뒤 2015년 1월2일 회의에서는 '영화계 좌파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고 논의하는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해 정치성향 등을 파악하고, 이들의 활동에 대해 경제적 지원 등을 빌미로 압박을 행사하기로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기춘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문화예술계의 검열을 주도할 목적으로 그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정무수석인 조윤선에게 위법·부당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며 "조윤선은 이를 국민소통비서관인 정관주와 이 명단을 작성해 교육문화수석실로 하달하고, 모철민과 김소영은 이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함으로써 각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각 그 직권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단체는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송 전 수석이 '세월오월'을 그린 홍성담 작가를 사찰하고, 광주비엔날레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기춘 주재로 열리고 조윤선, 송광용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4년 8월6일자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관련 논의가 있었다"며 "광주시 소속 임직원은 홍성담 작가에게 '세월오월' 중 대통령 풍자 부분에 대한 수정 없이는 전시가 불가능하다고 압박하고, 홍성담 작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해당 부분을 일부 수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김기춘이 우병우팀을 통해 관변단체가 홍성담 작가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도록 지시하는 기재가 있는데, 실제로 고발이 행해진 시기(2014년 8월8일)와 고발주체는 물론 고발범죄 내용까지도 위 업무일지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작품 수정에도 '세월오월'은 끝내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전시되지 못했고, 개막식에 전시되지 못했다는 마무리 내용까지 2014년 8월8일자 고 김영한 업무수첩에 고스란히 기재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송 전 수석, 서 시장이 영화 '다이빙벨'과 관련한 압박을 행사한 혐의도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김기춘을 비롯한 고 김영한, 조윤선, 송광용은 2014월 9월 초 세월호 생존자 구조작업에 무능함을 보였던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대중에게 상영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상영되더라도 대중이 볼 수 없도록 그 상영을 최소화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이 상영되자 미리 준비했던 대로 여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영화제의 문제점을 성토하게 했고, 서병수를 포함한 피고발인들은 합법을 가장한 보복 조치로서 부산시와 감사원을 통해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끝내 사퇴하게 했다"며 "심지어 '다이빙벨' 배급사인 시네마달에 대한 내사까지 지시함으로써 그 상영을 최소화하는 노력까지 기울인바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이용관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다이빙벨'의 감독 이상호 기자의 표현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고발장 제출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들 단체는 "1975년 박정희의 유신독재 시절 한국 영화의 걸작으로 불리는 '바보들의 행진'은 중앙정보부의 검열로 누더기가 되고, 송창식이 작곡한 주제가 '고래사냥'은 금지곡이 됐다"며 "30대의 젊은 김기춘은 민주인사에 대한 고문과 공작정치, 그리고 문화검열을 일삼은 중앙정보부 5국의 수장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그로부터 39년이 지난 2014년 김기춘이 유신의 좀비처럼 다시 청와대를 장악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세월오월'과 '다이빙벨'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검열 기제를 가동하고,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특검 고발 이후 블랙리스트 사태 대응과 고발에 동참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등 참여 단체와 함께 법률·정책적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예술인소셜유니온과 광장토론위원회가 공동으로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광장 캠핑촌 토론천막에서 '2017년 문화부 예산 분석과 문화정책의 새로운 전환'이란 토론회를 진행한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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