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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세월호 7시간' 여전히 오리무중…거세지는 대통령 직접 해명 요구

국정조사 3차 청문회, 증인들 관련 의혹 '모르쇠' 일관

2016-12-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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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정조준한 청문회가 결정적인 사실관계 입증에 실패했다. 모르쇠로 일관한 증인들의 답변이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 본인 해명과 청와대 현장 조사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서 지난 20144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세월호 7시간은 참사 직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첫 서면보고를 했다는 오전 10시부터를 가리킨다.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이 사태 파악조차 못하다가 1710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했다는 게 주된 의혹이다. 특히 대통령이 중대본 방문 직후 "학생들이 다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들었나"라고 말하면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참사 발생 2년 반이 넘도록 '골든타임' 대처를 규명할 결정적 단서로 꼽힌다.
 
하지만 국조특위가 벼르고 별렀던 사실관계 확보는 난항을 겪었다. 청문회 질문은 20141월 신년기자회견 이후 박 대통령의 입술 주변 멍 자국이 찍힌 사진을 바탕으로 의료진에 집중됐다. 대통령의 입술 멍 자국이 필러나 기타 미용시술 흔적인데 참사 당일에도 이러한 시술을 비선 의료인한테 받느라 초동조치를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러나 참석 증인들 모두 "잘 알지 못한다. 그날 청와대에 출입하지 않았다"고 답변하면서 진실규명은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은 "멍 자국을 잘 알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면서 "오전에 장모님 수술에 다녀온 이후 골프장에 갔다"고 주장했다.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의 시술을 집도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다만 김 원장의 골프장행은 청문회 막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영수증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추후 확인해야 할 사안으로 남았다.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로 알려진 김영재 (김영재의원)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날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면서 "오전에 장모님 수술에 다녀온 이후 골프장에 갔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진/뉴시스
 
박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혹을 받는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역시 "과거 청와대 안가에 가본 적은 있다"면서도 "세월호 참사 당일엔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김 전 자문의는 "3번 정도 청와대를 방문해 태반주사를 놨다""인적 사항 기재 여부는 몰랐다. 당시 검문검색만 받고 들어갔다"고 말해 청와대 출입 자체는 인정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를 수차례 했다고 밝힌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도 대통령의 구체적인 행적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김 전 실장은 "(참사 당일) 제 보좌관이 아침에 관저와 집무실 2곳에 서면보고를 보냈다. 그전에도 서면보고를 보낸 적이 많았다""대통령이 어디 계신지 잘 모를 때는 관저하고 집무실에 동시 서면보고를 보냈다. 당시 보좌관한테 듣기론 대통령이 집무실에 계시지 않은 것 같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핵심 증인으로 꼽힌 신보라 전 대통령 의무실 간호장교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의료시술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 증언을 피했다. 신 전 간호장교는 "근무 당시 대통령 입가의 멍 자국을 파악하지 못했다. (필러나) 그런 시술을 본 적도 없고 처치한 적도 없다.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엔 가글을 갖다 드리러 관저를 갔다 왔다""대통령은 직접 보지 못하고 부속실 직원에게 가글을 전달했다. 점심 식사 전이니까 오전이다. 세월호 당일 외부 의료진도 보진 못했다"고 답변했다.
 
구체적 정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은 의원들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청와대가 어떠한 자료도 주지 않고 있다""오는 16일 예정된 청와대 방문 조사만큼은 우리 국조특위에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도 "청와대 협조가 하나도 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가 된 만큼 주변인들을 불러 청문회를 할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 본인을 오는 22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현장 조사는 청와대 모든 인원이 그 자리에서 질의를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 "현재 간사간 협의가 진행 중인데 위원장으로서 이미 의결된 청와대 현장 조사를 계획대로 실행하겠다"고 답변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증인 출석을 거부한 조여옥 전 청와대 대통령 의무실 간호장교를 가리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곧장 조 대위에 대한 동행명령장 전달을 요청한다. 5차 청문회에 나온다고 하는데 교통사고나 수술 등을 이유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이렇게 청문회에 불출석하면 조 대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한테 주삿바늘을 꽂았다는 게 기정사실로 될 수 있다. 당장 불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위원의 지적은 이날 또 다른 핵심 증인으로 분류된 윤전추,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한 데에서 나온 발언이다. 청문회 개회 직후 이들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김성태 위원장은 "두 행정관은 물론이고 청와대가 고의로 증인의 출석을 회피하고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검찰에선 청와대 비서실을 압수 수색했는데 국회 동행명령장은 거부되고 있다""고의로 동행명령장을 회피한 경우 국회 모욕죄로 고발된다. 법적 처벌도 받을 수 있다는 걸 증인들은 직시하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혹을 받는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전 자문의는 이날 "청와대 안가에 가 본 적은 있다"면서도 "세월호 참사 당일엔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진/뉴시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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