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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2016펀드결산)공모펀드 추월한 사모펀드

뭉칫돈 몰린 채권형·환매 쏟아진 주식형…인덱스·액티브 엇갈린 명암

2016-12-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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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올 한 해 펀드시장은 그야말로 사모펀드 전성기였다. 사모펀드 인기에 공모펀드는 규모에서 압도당하며 사상 처음 추월을 허용했다. 인덱스펀드(明)와 액티브펀드(暗)의 명암이 엇갈린 점도 주목할 점이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히고 대내외 대형 이벤트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형펀드는 위축된 반면 채권형펀드로는 뭉칫돈 쏠림이 나타났다. 오래가진 않았다. 지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며 채권가격이 하락, 채권형펀드 수익률을 끌어내리면서다. 채권형펀드에서의 순유출 속도도 가파른 상태로 최근 한 달간 빠져나간 자금만 1조2627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사모펀드 순자산총액은 253조8063억원으로 공모펀드 순자산(220조5378억원)을 넘어섰다. 사모펀드 규모가 공모펀드를 앞지른 것은 금투협이 펀드 순자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에만 진입장벽을 완화해주는 등 정책이 뒷받침된 점은 사모펀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한 이유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 진입 방식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20억원의 자기자본과 최소 3명의 전문인력만 갖추면 운용사 등록을 허가했다. 사모펀드 최저 가입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것도 투자를 유인했다. 
 
증권사의 사모펀드 겸영까지 가능토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17개에 불과하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는 현재 67개까지 늘었고 3조원대였던 헤지펀드 설정액은 7조원에 육박했다. 성과도 주효했다. 대체투자 수요증가와 맞물려 이 부문에서 양호한 성과를 내는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활용해 승승장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모펀드 시장은 유난히 추운 한 해였다. 신통치 않은 공모펀드 성적표와 보수 인하 압박, 매니저 이탈 등은 모두 공모펀드 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이다. 무엇보다 액티브펀드(매니저들이 자산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펀드) 성과가 어느 때보다 부진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을 키웠다. 인덱스펀드(코스피200지수 등 증시지수를 따라가며 운용하는 펀드)와 극명하게 엇갈리는 성적을 내면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779개 국내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39%다. 올들어 이들 펀드에서 8조2665억원의 자금이 유출한 까닭이다. 같은 기간 전체 255개 주식형 인덱스펀드가 7.24% 수익을 냈고 액티브펀드는 4.88% 손실을 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액티브펀드의 상대적 우위를 기대하는 시각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전반적으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인기를 모았고 스타일별로는 성장형보다 배당형, 액티브보다는 인덱스펀드의 성과가 좋았지만 내년에는 액티브펀드가 보다 양호한 성과를 낼 것"이라며 "투자스타일에 있어서도 성장주 비중확대 관점이 유효하다. 그동안 익숙해진 '박스피'에서 의도적으로 멀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는 채권형펀드도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외 채권형펀드로는 5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했다. 219개 국내채권형펀드와 142개 해외채권형펀드가 각각 전년 대비 4조4588억원, 1조280억원 는 것이다. 그러나 연말 미국 금리인상 후폭풍은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채권형펀드도 더 이상 중위험·중수익 대표상품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채권형펀드에서 대규모 이탈, 주식형펀드로의 소폭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글로벌 펀드시장에서 전개될 것이란 진단이 제기돼 주목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대선 이후 정책 모멘텀으로 주가가 미국대비 초과 상승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주식형펀드의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회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펀드시장은 사모펀드 전성기였다. 인덱스펀드와 액티브펀드의 명암이 엇갈린 점도 주목할 점이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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