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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혜

출산율 앞에 배제되는 여성

2017-01-02 08:35

조회수 : 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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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배제되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들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비난의 대상이 된 자료는 실효성을 넘어 인권, 특히 여성을 비하했다는 점이 함께 논란이다. 29일 행정자치부에서 배포한 ‘대한민국 출산 지도’ 다. 
 
‘대한민국 출산 지도’ 는 인터넷 사이트로 통계청(KOSIS) 의 자료를 활용해 출산율, 출생아V수, 조혼인율(인구 1천 명당 혼인건수) 등을 지역별로 표시해 볼 수 있게 한 자료다. 애초에 해당 자료를 통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냐는 데에도 의문이 들지만,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제시한 것이다.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클릭하면 지역별로 가임기 여성(15~49살) 현황을 검색할 수 있다. 지역별로 가임기 여성의 수에 따라 색깔로 구분이 되어있어 서울?경기권은 진한 분홍색, 강원?전남은 연한 분홍색으로 구분되어 있다. 지도를 클릭하면 자세한 가임기 여성의 수와 전국 순위도 조회할 수 있다.
 
가임기 여성 수를 표시한 사이트 화면, 사진/행정자치부
 
해당 자료를 정부 측에서 출산 장려 홍보물로 내세웠다는 점이 놀랍다. 이는 가임기 여성에 대해 출산의 책임이 있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해당 여성들의 숫자를 제시한 저의 또한 의심스럽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 지역에 가임기 여성이 많으니 와서 임신시키라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라고 지적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가임기 여성의 숫자를 산출한 근거다. 행정자치부의 자료는 ‘15세 이상 49세 이하’ 의 모든 여성의 숫자를 제시한다. 생리를 시작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부터 폐경기 이전이라고 생각되는 여성의 수인 셈이다. 선천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여성, 법적으로 성인이 아닌 여성, 임신할 계획이 없는 여성 모두를 배제하는 차별적인 자료다.
 
비난이 거세지자 행자부는 하루 만에 해당 사이트를 수정 보완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렸다. 비난에 관한 사과의 내용은 일절 찾아볼 수 없으며, 출산지도의 본래 목적만을 해명하는 짧은 글이다. 현재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현재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공지문, 사진/행정자치부
 
한편 지난 8월 25일 행자부가 공개한 보도자료 ‘지자체 출산지도 만든다’ 에 따르면 해당 지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으로도 출시될 계획이었다. 이 보도자료 에서 행자부는 “출산맵은 추후 모바일맵 형태로도 개발?제공할 계획이다” 라는 방침을 소개했다. 
 
이에 대한 몇몇 남초 사이트와 기사 댓글의 반응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행자부의 이 같은 방침과 이후 사태에 대해서 여성 비하 언행을 일삼고 있다. 특히 지도와 앱 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유명했던 모 게임에 빗대어 ‘보지몬 go’ 라는 이름을 붙이고 강간 등 유사범죄를 농담거리로 만들고 있다. ‘여성을 걸어다니는 자궁으로 본다’ 와 같이 분노하는 댓글에 ‘출산율이 낮아서 장려한다는데 낳지도 않을거면서 말이 많다’ 와 같이 엉뚱한 답글이 달리기도 한다. 가임기 여성분포 지도를 앱으로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은 파급력을 고려했다는 점이고, 동시에 이렇게 잘못된 가치관이 파급력을 가지고 퍼져나갔을 것이라는 뜻이다. 
 
사진/디씨인사이드 갤러리 화면 캡처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4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결혼, 출산과 양육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사회적인 장치가 너무나 허술하기 때문에 계속 낮아질 예정이다. 만혼, 비혼, 가구의 보육과 교육비용 지출 등을 모두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은 출산율이 높지만 여성 취업률 역시 높다. 국가가 육아휴직, 유연근무, 사회의 공동육아, 남성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 등을 마련하고 있다.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의 숫자를 인터넷에 보여준다고 올라가지 않는다. 여성을 인큐베이터로 보는 게 아닌,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본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 흔쾌히 자식을 내놓으려는 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라진주 baram.news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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