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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광야에 남아 싸우더라도 위안부 문제 알릴 것"

위안부 피해자 대리인 조영선 변호사 “문제의 본질은 진상규명과 배상"

2017-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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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홍연기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2·28 한일 위한부 합의’ 1주년을 맞은 지난달 28일, 위안부 생존 피해자 11명과 숨진 피해자 5명의 유족을 대리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역사적 정의의 실현과 인권회복의 발로이다. 민변은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일본에게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묻지 않고 화해 치유재단에 10억엔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협상 타결을 선언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합의를 폐기하고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는 외국의 재판관할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주권면제이론에 비춰봤을 때, 일본 정부를 우리나라 법정에 세우는 것은 국제법상 문제와 관련돼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법률대리인단 중 핵심인 조영선 변호사를 만나 소송의 의미와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일본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진상규명과 배상이다”
조영선(51·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문에서 위안소 문제에 관여한 주체를 ‘일본 정부’나 ‘일본 군’이라 적시하지 않고 ‘군’이라고만 합의한 문구를 지적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누구에 의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잘못이 있다면 그에 대한 합당한 배상이 이뤄져 피해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소송 진행 계기는 무엇인가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통해 해결했으므로 개인 청구권도 없고 공소시효도 끝났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불가역적 합의가 이뤄졌다. 소송을 통해 일본 뿐 아니라 합의를 한 한국 정부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자 한다.
 
-소송 참여인원은 몇 명인가
위안부 생존자 11명과 숨진 피해자 5명의 상속인 10명이 참여한다. 법률대리인은 20여명 규모로 구성되며, 실질적으로는 10여명의 변호사가 주축이 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변호사 한명은 해외 유사한 사례들과 판결을 찾는 역할을 담당한다.
 
민변 소속 조영선 변호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한다. 사진/홍연기자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사실관계에 대한 입증이다. 민사법정의 논리로 보면 증언만으로 사실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밝히고 싶지 않은 치욕스러운 과거를 밝힌다는 것은 양심의 명령과 같은 것이라고 봤을 때 허위의 가능성이 없다. 위안부 피해사실은 경험하지 않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며, 지역·시기·장소 등에 대해서도 경제적 목적으로 허위 증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두 번째는 주권면제이론이다. 이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우리 사법부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자행되는 반인륜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과연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세 번째는 공소시효문제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일본을 상대로 책임을 물은 날로부터 비로소 시효가 계산되는 게 아닐까.
 
-위자료 산정은 어떻게 했나
인당 2억원이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9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감안했다. 실질적으로 받은 부분에 대한 평가기 때문에 소송에서 청구액을 좀 더 높게 책정해야 되는 문제와 법원 인지대 등을 감안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질적 피해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있겠나.
 
‘-화해·치유재단’은 10억 엔을 분할 지급할 방침이다.
원고들 중에 수령한 사람이 있는지는 확인을 못해봤다. 결론적으로 수령 여부는 이번 소송과 상관없다. 일본 정부는 배상금이 아니라 도의적 위로금이라고 했다. 위로금은 손해배상이 아니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정도 봐야 한다. 몇 분을 찾아뵀는데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에 쳐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건강이 안 좋은 분들은 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분들의 경제적 궁핍함과 정신적 고통을 이용해 돈으로 매수하려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위로금을 지급한 것을 가지고 위안부 문제를 합의하고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청구가 각하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 최고재판소인 파기원이 나치독일에 학살된 피해자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독일 정부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단순히 법리적인 문제로 바라보기보다 역사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각하할 여지가 있지만 판결문에서도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일본·한국 정부의 책임을 적시한다면 그나마 반보 정진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8일 제1263차 수요시위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사진/홍연기자
 
-승소해도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겠나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배상판결을 내린다면 강제력이 있다. 일본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일본 사법부를 통해 소송을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 정부도 판결 취지에 맞춰 일본 정부와의 협상해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 국가의 정치적인 역량의 문제다.

-피해자들이 매우 고령이어 걱정이다
현실적인 급부만 받아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소송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 한·일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등을 밝혀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송은 최소 5~6년 정도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변호사들만 광야에 남아서 싸우게 될 것 같은데, 궁박한 상황일지라도 위안부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과제임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알리겠다.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목소리가 높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일본 정부의 재협상에 대한 의지다. 일본 정부가 최소한 사과와 진상규명을 한 후 후속적인 배상 절차를 밟을 의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일본 정부도 진정성 있는 화해를 통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자국의 특별법 개정을 통해 위안부와 관련된 문제를 배상하면 된다. 위안부 문제를 정치 쟁점화 시키지 않고, 과거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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