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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피플)예성아름터 "간판으로 고용창출…디자인이 힘"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지역 간판(업종) 기업에서 지역을 돕는 간판(대표) 기업으로

2017-01-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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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눈에 잘 띄게 할 목적으로 기관, 상점, 영업소 등에서 상호나 판매상품, 업종 등을 써서 붙이는 표지, 바로 '간판'이다. 누구나 이 같은 간판에 익숙한 삶을 산다. 산업화로 요약되는 압축 경제성장 과정에서 사람들이 도시에 몰리고, 다시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상업화 지역이 들어서면서 도심은 그야말로 간판의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 때로는 행인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무리한 디자인을 적용한 간판들이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간판이 목적에 맞에 디자인 돼야 하는 이유다. 예성아름터는 디자인을 강점으로 앞세운 간판 업체다. 하지만 예성아름터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기업 가치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간결하고 명확하며 아름다운 디자인의 간판을 만드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익으로 지역 고용을 확대하고 소외계층의 활발한 사회참여를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22년째 남양주시와 함께 성장해 온 지역 대표 간판기업이자,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기업' 예성아름터의 김정삼 대표를 만났다.
 
김정삼 예성아름터 대표.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키 작은 건물들 사이로 비스듬히 나 있는 골목길을 따라 오르니 작은 초등학교가 나타났다. 맞은편 건물 1층에는 아이들의 수업준비물과 장난감을 걸어놓은 문구점, 허기를 달래줄 분식점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한 모퉁이, 어릴 때 보던 정겨운 골목 풍경이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예성아름터 역시 1995년부터 이곳 자리를 지켜온 지역 대표 간판 전문기업이다. 주요 사업 영역은 간판, 인쇄, 현수막 등 광고물 제작이다. 남양주 대부분 학교들의 간판, 현수막, 게시판 등을 도맡아 제작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해온 예성아름터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게 된 것은 김정삼 대표가 부친으로부터 회사를 이어받은 2011년부터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남양주시에서 오랫동안 광고물 업종을 영위해 오셨다. 지역 덕분이었다"며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사회적기업으로 방향성을 틀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와 함께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예성아름터 경영을 맡은 직후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사회적기업가 교육을 받았고, 2012년 11월 예비사회적기업, 2015년 11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예성사'라는 지역업체에서 '예성아름터' 법인 설립도 이뤄졌다.
 
"10명이 적다구요? 고용창출, 이제 시작입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예성아름터의 기본 목표는 지역민 고용창출이다. 특히 지적장애인 및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예성아름터의 현재 직원수는 10명으로, 일반 간판 전문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업종은 사장을 포함해 2명 이상 직원을 두고 있는 업체가 거의 없다"며 "영업부터 디자인, 제작, 현장작업에 이르기까지 사장이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예성아름터가 고용인원을 늘려온 것은 사람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그는 "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2012년 당시 직원 2명에 불과했지만, 수익이 발생할 때마다 인력을 고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세분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예성아름터는 기술영업팀 3명, 기획인쇄디자인팀 4명, 후가공 1명, 현장팀 2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현재 고용인원 역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예성아름터가 다음 목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지역 내 디자인센터 설립이다. 지금까지 구축한 업무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을 도모, 디자인센터 설립까지 이뤄낸다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꿈이 있다. 지역 내 디자인 전문인력 육성이라는 점도 자연스레 추가된다. 
 
이 같은 꿈의 현실화도 눈 앞으로 다가왔다. 예성아름터는 2012년 매출 1억8000만원에서 매년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6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김 대표는 "올해는 최소 9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디자인센터 설립은 매출 10억원을 기점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기는 디자인 실력…분야·지역 넓힐 것"
 
"올해 연말 예성아름터가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다시 보여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감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체계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확보한 만큼 김 대표는 예성아름터의 디자인 역량에 대해 자신했다. 그는 "기술영업팀은 모두 15~20년 경력을 가진 분들로, 고객상담과 동시에 1차적으로 디자인 시안 대응이 가능하다"며 "이후 기획인쇄디자인팀, 후가공팀, 현장팀에 이르기까지 총 4단계에 거쳐 디자인 검토 및 수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22년에 걸쳐 쌓은 노하우 역시 큰 자산이다.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남양주도시공사, 남양주시청, 구리시청 등 관공서·공기관들을 비롯해 역내 120여개 초·중·고등학교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비전도 그만큼 커졌다. 김 대표는 사업영역과 관련 "인쇄와 현수막, 간판 등 파트별로 인력이 확대되며 할 수 있는 일들도 더 많아졌다"며 "현재는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한 간판 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쇄 관련 책자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사 확대 측면에서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시작해 관공사·공기관 등 지역 내 확고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며 "지난해 연말 회사 제품을 소개하는 디자인북을 만들었고, 블로그와 홈페이지 정비를 완료한 상태로 영업망을 전국권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이블아티스트 참석한 지적장애아동의 미술작품으로 만든 달력과 스마트폰 케이스.사진/예성아름터
 
지역 '간판 기업'에서 사회공헌 '간판 기업'으로

고용창출 이외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 활발하다. 남양주사회적기업협의회와 함께 다문화가정 등 사회 취약계층을 초청해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아름다운동행' 행사를 현재까지 3회차 진행했다. 1, 2회차에는 다문화가정 10팀과, 3회차에는 경기도 남양주 경은학교 장애학생 200명과 1박2일로 캠핑을 가졌다. 
 
지적장애인아동 및 다문화가정 아동의 그림 및 작품을 디자인 전문가의 손을 거쳐 디자인 상품화하는 프로젝트 '에이블 아티스트' 행사도 지난해까지 3회째 진행 중이다. 지적장애학생들의 다양한 상상력과 독특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동시에 전문가들을 통해 해당 디자인을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머그컵 등에 적용하는 등 수익모델로 만들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역 고용창출을 통해 지속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이것 이외에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다양한 고민들을 이어가고 있고, 각 행사들은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내 간판(업종) 기업에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지역의 간판(대표) 기업으로 변화한 예성아름터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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