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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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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박근혜 물빼기…자취 감춘 창조금융

조기 대선 등 정부변화 앞두고 정책 보폭 좁혀

2017-01-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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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박근혜 정부 임기 마지막인 올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박근혜표' 창조금융으로 대표되는 금융개혁에 대한 새로운 구상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금융위는 대신에 정책금융 확대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 '민생 안정'을 올해 필요한 과제로 꼽으며,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선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은 분위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 금융위 업무보고 키워드는 '민생 안정'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업무보고에 빠지지 않았던 '창조금융' 키워드는 이번에 빠졌다.
 
전날 열린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책금융 확대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금융개혁 등에 대한 업무계획은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추후 별도 브리핑이 있을 예정이지만 매년 임 위원장이 강조하던 기조와는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업무보고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자본시장 개혁은 올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개혁 부문은 금융위의 금융개혁추진위원회 활동이 중지되고 상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에 많은 개혁 과제를 추진해왔고 올해는 안착시키는 데 주력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지난 4년간의 주요성과로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과 금융업의 경쟁력 제고를 이뤄냈다고 자평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금융위가 자랑하는 성과에는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분할상환 및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각각 13.9%와 14.2%에 불과했지만, 안심전환대출 공급 등의 영향으로 작년 9월 말 40%대까지 늘었다.
 
하지만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가량이 향후 3년내 변동금리로 전환, 시한폭탄으로 존재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6월말 기준 혼합형금리 136조3000억원 가운데 43.8%가 오는 2019년 말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현재 주담대 금리는 고정금리, 변동금리, 혼합형금리로 분류되는데 혼합형 금리는 3∼5년 뒤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금융위는 3∼5년만 고정금리를 유지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 실적으로 인정해준 바 있다.
 
금융위가 금융권 성과중심 문화가 확산됐다고 평가한 것도 금융권 현장과 상당한 인식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다. 지난해 9개 금융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를 줄줄이 도입했지만 민간 금융사들은 노조와의 협상에서 답보 상태를 계속하고 있다.
 
금융위가 '24년만에 탄생한 은행'이라고 표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 규제에 막혀 반쪽자리 논란을 받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은 수익률이 마이너스지만 이렇다 할 후속책이 없다. 세제혜택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위해 올 하반기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 전부다.
 
금융위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금융개혁의 새로운 동력을 강조하기보다는 정책금융 확대 공급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중점 과제로 꼽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한국 경제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설명이지만, 여야 정치권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내용으로 좁혀졌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금융위가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역시 장기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는 업무보고에서 기존 대출 규제인 DTI(총부채상환비율)보다 깐깐한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을 3년 내 금융권에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DTI와 DSR은 모두 차주의 소득에 따른 갚아야 할 돈의 비중을 따진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산정 방식에서는 일부 차이가 있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신용대출·자동차 할부 등 다른 부채의 이자만 더한 값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구하지만, DSR은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다른 부채의 경우에도 원금과 이자를 전부 더한 값을 소득으로 나눈다.
 
DSR은 이처럼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중도금 대출, 신용대출, 할부대출 등의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개인의 상환 비율에 포함돼 DTI보다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 계획의 실제 도입 목표 연도는 오는 2019년이다. 금융위는 DSR가 제대로 운영되기까지 앞으로 3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3개년 로드맵'을 마련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대출 차주의 소득 여건에 대해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3년 로드맵은 너무 장기적으로 접근했다고 본다"며 "국내 대형 이슈가 있기 때문에 세밀하고 날카로운 대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앞으로 조기대선 등 정부의 변화에 따라 금융위의 경제정책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새로운 정부가 현재 만들어 놓은 정책에 대한 가감을 하는 과정이 있으리라 본다. 정부가 바뀌더라도 현재 할 일은 일관된 금융정책을 이어 나가는 것 뿐"이라며 "이번 업무보고에는 올해 꼭 해야 할 일만 담았다"고 설명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17년 경제관계 5개 부처(기재부, 산업부, 국토부, 공정위, 금융위) 업무보고 합동브리핑이 열렸다. 왼쪽부터 곽세붕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최상목 차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손병석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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