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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 맹주는 누구?…본격 대선행보 나선 반기문·안희정

2017-01-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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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박주용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충청도의 선택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모인다.
 
기존 영·호남으로 양분된 대한민국 정치지형도에서 충청도는 승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터’(Casting Voter)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조력자의 역할을 넘어 중심에 서겠다는 포부다. 소위 ‘충청대망론’으로, 그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 바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현 충남도지사다.
 
두 사람은 통합을 중시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비슷한 면모가 있다. 그러나 나이부터 시작해, 인지도와 평가, 진영 내 위치, 검증 여부, 리더십 등등 서로 대비되는 면도 많다.
 
압도적 여권 내 1위 반기문, 국내·외 평가 엇갈려
 
1944년생인 반기문 전 총장은 올해로 만 72세다. 반 전 총장은 “1년에 하루라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이 없다”며 건강을 자신하지만, 차차기를 노리기 어려운 연령대로 보인다.
 
인지도와 능력 면에서 국내에서는 국제기구 유엔의 수장을 역임한 ‘세계적 지도자’라는 인식이 많다. 그러나 외신에서는 ‘역대급 최악’(이코노미스트), ‘투명인간’(월스트리트저널), ‘무력한 관찰자’(뉴욕타임스), ‘미국의 푸들’(폴리티코)등 부정 평가가 대세다. ‘강하고 인간적인 리더’(포브스)라는 긍정 평가도 일부 있다.
 
야권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각종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는 그는 여권 내에서 압도적 1위 후보로 간주된다. 본인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 박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고, 게이트 발생 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의 대선 캠프 합류가 가시화 됐기 때문에 정치권과 언론은 그를 잠재 여권 후보로 분류한다.
 
반 전 총장에 대한 후보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는 외교부 공무원 생활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에 오르기까지 단 한 차례의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았다. 최근의 국정혼란 원인이 대권주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부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증의 칼날은 더 날카로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반 전 총장에 제기된 의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금품 수수 의혹 ▲조카의 경남기업 사기 혐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 ▲아들의 SK텔레콤 뉴욕사무소 특혜 채용 의혹 ▲유엔 사무총장 재직 시 재산 축소신고 의혹 ▲유엔 결의안 위반 논란 등이 있고, 이후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 전 총장이 내세우는 리더십은 포용의 리더십이다. 그는 지난 달 16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마지막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한국 국민들이 현재의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 세부 내용은 귀국 후 행보와 메시지 등을 통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안에 비판 목소리 낮추던 안희정, 반기문 공세 나서
 
안희정 지사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충청권에서 야권 유일의 대선주자다. 본격적인 정계 활동은 늦었지만, 충남지사 재선에 성공하며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했다. 최근 안 지사는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둔 반 전 총장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탄핵 정국 등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자제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안 지사는 지난 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에 출연해 반 전 총장에 대해 “10년 동안 남북분단과 아시아 지역의 긴장에 대해서 무슨 역할을 했느냐”고 비판하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반 전 총장의 역할이 미진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와 우리 국민들이 반 전 총장을 그렇게 응원해준 이유는 분단된 국가 내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요구도 있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나는 그분이 하려는 정책적 비전과 나라를 이끌겠다고 하는 철학이 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 지사는 또 지난달 28일 야권의 심장인 광주를 찾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 선언’이라는 글을 통해 반 전 총장을 겨냥했다. 그는 “반 전 총장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도, 비박(박근혜)계와 합쳐서 뭘 해보자 하는 것도, 그것이 호남의 정신과 무슨 관련이 있는 정치냐”고 지적하면서 국민의당을 포함해 해당 세력간 물밑 접촉을 “3당 야합”에 빗대 비판했다.
 
안 지사가 반 총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자 반 전 총장 측도 역공을 벌였다. 안 지사와 반 전 총장 사이에 전선이 형성된 셈이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오는 12일 귀국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면 안 지사의 비판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 지사의 대변인 격인 박수현 전 의원은 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안 지사의 잇달은 반 전 총장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반 전 총장의 귀국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 정도 된다고 해서 그런 것을 의식하고 발언하고 행동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미 촛불정국 때 안 지사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그런 정치를 하는 것이라면 안 지사가 대선 도전을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의 강점으로는 ▲혹독한 실패를 경험하고 극복한 이력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 ▲국민 속에서 검증받고 지지받은 인물 ▲역사를 관통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민주적인 정당정치에 관한 높은 이해도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것들이 반 전 총장이 상대적으로 갖고 있지 못하는 안 지사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 지사는 왕성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차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문재인 전 대표의 존재에 가려, 2017년이 아닌 그 이후의 대선에 역할이 맡겨질 것이라는 일종의 프레임이다. 여기에 여의도 정치권이나 충청지역과 달리 안 지사가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약점이다. 또한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복역한 과거도 향후 대선가도에서 안 지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안 지사는 충청 표심을 향한 대선 정책을 준비 중이다. 안 지사 측에서 대선 정책 공약을 담당하고 있는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현재 발표할 때는 아니지만 충청 쪽과 관련된 정책들을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오는 22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이성휘·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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