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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시론)2017년 노사관계의 열쇠말

2017-01-0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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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치 일정은 오리무중 상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언제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사회 전망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안팎의 여건은 그야말로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다. 고용노사관계에 국한해 보더라도 어떤 정부가 들어서냐에 따라 노사관계가 요동칠 것이다. 신정부의 성격에 따라 노동정책의 진폭은 있겠지만 노사관계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변하지 않는다. 2017년 노사관계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새로운 노동체제 형성’을 위한 토대 구축기라 할 수 있다. 그 핵심  키워드는 일자리 문제, 격차 해소, 사회적 대화, 노동기본권 보장 등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고용 상황의 악화이다. 2%대의 저성장체제는 일자리의 위기로 다가온다. 새로운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고, 기존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조선 산업에서 약 3만명의 노동자들이 쫓겨났다. 몇년 전만 해도 4~5년치 일감을 쌓아놓고 일했지만 이제는 1년치 일감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다. 위기산업뿐 아니라 고용조정은 미래의 이익을 위한 자본의 선제공격으로 활용된다. 감원 칼바람에 1만4000여명의 인력을 줄인 30대 그룹의 전체 고용 규모는 98만명대로 떨어졌다. 구조조정이 경영진에 대한 책임 없이 인력 감축에 집중되면서 노사 갈등은 격화하고 사회적 비용은 확대된다. 청년 고용은 최악의 상황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통한 인력감축의 남용 방지, 실업부조 도입을 통한 사회안전망 확충, 소방·보건·복지·환경 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확충 등이 그 대안으로 제시된다.
 
둘째,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이다. 사회 불평등 심화와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되었다.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확대로 ‘임금 불평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높다. 중소기업을 청년들이 가고 싶은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벌개혁과 연동하여 원·하청 공정거래, 납품단가 보장, 초과이익 공유제를 실시하고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 법제화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격차 해소의 방향은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로 나아가야 한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올해 시급 6470원인 최저임금을 향후 3년 내에 1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미달자를 일소하기 위한 근로감독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시급하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노사단체와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의 위원 수는 많을 뿐 아니라 공익위원을 정부가 일방 선정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셋째, 사회적 대화의 추진이다.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축소 및 차별 해소, 노동시간 단축, 산업 구조조정 및 실업대책 마련은 사업장 차원의 논의로 해소될 수 없는 사회적 대화의 핵심 의제들이다. 과거 노사정위원회가 주도했던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은 사회적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노동조합들의 입을 막아 정부 정책을 관철시킨 전근대적 방식이었다. 노동계 대표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불참한 상태에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사회적 대화의 출발은 신뢰이고, 더 낳은 미래를 향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장이 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고령화 사회 등 사업장 차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의 낡은 구조가 대화의 걸림돌이 된다면, 그 집은 창조적으로 파괴되고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기본권 보장이다. 교원과 공무원의 단결권은 보장되었지만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법외노조 신분이다. 해직자 몇명을 조합원으로 받아드리고 있는 것이 법외노조의 이유이다. 정부는 합법노조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국제노동기준으로 보면 웃긴 이야기다. 잘못된 법은 바꾸어야 한다. 노동기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제98호)을 즉시 비준해야 한다. 또한 영세중소기업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원·하청업체를 하나로 묶는 단체교섭 단위를 인정하고 단체협약 내용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노동 배제가 아닌 협상 파트너로 노동을 인정하는 새로운 노사관계 형성은 노동인권 보장뿐 아니라 기업경쟁력을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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