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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특검·헌재 물먹인 최순실…"국민무시·사법질서 교란"

법조계 '부글부글'…"형사소송권 남용" 비판

2017-01-0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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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홍연·최기철기자] 국정농단 핵심인사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9일 하루 동안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 소환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 출석을 연이어 거부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최씨는 특검팀이 이날 오후 2시에 서울 대치동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탄핵심판출석과 재판준비 관계로 출석이 어렵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씨의 특검 출석 거부는 이번이 세번째이다. 지난해 12월24일 한 차례 조사를 받았던 최씨는 같은 달 27일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지난 4일 특검이 재차 소환 통보했으나 최씨는 '정신적 충격'이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을 거부했다.
 
최씨는 그러나 10일 예정돼있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소환 통지를 팩스 한 장으로 거부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최씨가 증인 출석에 대해 불출석 사유를 팩스로 제출했다”며 “본인과 본인의 딸의 형사소추 중인 사건이 있어 본인이 진술하기 어려운 점, 11일 본인 형사 재판이 오전부터 하루 종일 진행돼 준비해야 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밝혔다.
 
특검팀 소환에 대해서는 탄핵심판 사건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거부한 최씨가, 헌재 소환에는 형사재판 준비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고 거부한 것이다.
 
최씨의 이같은 태도에 특검팀이 이날 오후 최씨에 대해 뇌물과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최소한 특검 만큼은 최씨를 강제구인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법조계는 “국민을 무시하는 후안무치의 극치”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비판은 오히려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 사이에서 더 뜨겁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인 법무법인 동화의 조영선(51·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최씨는 증인으로서 출석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출석해 증언하든지 거부하는 것은 본인 자유"라며 "구인장을 발부해 최씨의 특검과 헌재 출석 명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조 변호사는 ”다만 구인장을 발부하지 않더라도 사안의 성격상 본인의 무죄임을 증명하기 위해 출석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은 몇몇 사람에게 한정된 문제가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며 ”최씨는 대다수 국민에게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겸손한 자세로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최소한 출석 의무는 당연하다. 이런 행위는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민변 소속의 송기호(54·30기) 변호사는 "지금 사건은 사소한 민사 분쟁이 아니다. 신속하게 해결돼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국가적 중대성에 비춰볼 때 최씨에게 출석 의무가 있다"며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까지 보장하는데 아예 출석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또 "최씨의 이런 행위는 본인의 형사소송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특히 헌법재판소는 신속히 증인구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을 역임한 서보학(55) 경희대 교수는 "최씨는 자기 개인 비리가 걸려있기는 하지만 대통령과 공모해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정 운영을 중단시킨 장본인"이라며 "자기 형사책임과 관련된 부분이야 진술 강요할 수 없지만, 최소한 출석해서 자기가 답할 수 있는 부분 내에서 진실을 얘기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수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과정이어서 불출석이 방어권 보장 때문이라고 일단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출석해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시민의 의무이고 도리"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을 역임한 노영희 변호사도 “최씨가 검찰로부터 구속기소까지 된 마당에 계속해서 국정을 농단하고 사법질서까지 어지럽히고 있다”며 개탄했다.
 
한편, 황도수(57·27회) 건국대 교수(전 헌법재판소 연구관)는 "(최씨의 행위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이미 기소된 최씨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당연히 더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이어 ”우리가 미국처럼 형량이 100년 이상 되는 것도 아니질 않나. 최씨의 탄핵심판 등 불참 사태는 우리 사법체계가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순실(왼쪽에서 두 번째)씨가 지난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제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홍연·최기철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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