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한고은

정경유착 고리된 '지정 기부금'

2015년 법인 기부금 규모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줄어

2017-01-17 16:46

조회수 : 1,59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별검사 수사 과정에서 '뇌물'로 규정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부금 강요 논란이 무색하게 2015년 법인의 기부금 규모가 13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업황부진으로 기업들의 기부금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이 최근 발간한 2016국세통계연보(2015년 귀속 소득분)에 따르면 2015년 법인의 기부금 규모는 2014년 4조9062억원에 비해 1280억원 줄어든 4조7782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법인의 기부금 규모는 1997년 1조8184억원에서 1999년 7272억원으로 급감한 뒤, 2001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해왔다. 2015년 법인 기부금 규모 감소는 2002년 이후 13년 만이다.
 
기부금 규모 감소는 기업들의 지정기부금 규모 감소에 기인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대학의 시설비·장학금·연구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명목으로 쓰이는 법정·특례기부금은 2014년 1조7999억원에 비해 2235억원 증가한 2조23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정부로부터 공익성을 인정받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문화예술단체 등에 지원되는 지정기부금은 2014년 3조1063억원에 비해 3516억원 감소한 2조7546억원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련 절차를 거쳐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되면 증여세 면제 등 각종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 및 추천 권한이 있는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서류제출이 미비했던 미르재단을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하며 '특혜시비'가 일었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774억원 규모의 기부금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기부금 모금과 관련 "청와대의 요청을 기업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참 어렵다. 정부 요청을 기업이 거부하기 힘든 건 한국적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정기부금 감소는 자산규모가 '50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15년 자산규모 5000억원 초과 법인의 지정기부금 규모는 2014년 2조3267억원에서 4777억원 감소한 1조8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규모가 '1000억원 초과 5000억원 이하'인 법인에서는 2014년 2164억원에서 2015년 2759억원으로 오히려 지정기부금 규모를 늘렸다.
 
이는 최근 계속된 업황부진에 따라 대기업이 재무건전성 향상과 경영합리화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은행 기업대출 증가율 관련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예금은행 기업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2012년 33.8%, 2013년 14.2%, 2014년 5.4%, 2015년 1.6%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2015년 귀속소득 기준 법인세 기부금 신고 현황. 자료/2016국세통계연보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 한고은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