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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기술 변화가 만들 인류의 ‘멋진 미래’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케빈 켈리 지음|이한음 옮김|청림출판 펴냄

2017-0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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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2047년 미래의 어느 날 아침, 당신은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벽면에 걸린 화면에는 친구가 보내준 사진과 뉴스 속보가 줄줄이 흐른다. 엄지로 중요한 정보들을 체킹하고 클라우드 속 디지털 도서관을 탐험하면서 여유 있게 샤워를 마친다.
 
샤워 후에는 본격적인 외출준비를 한다. 집 앞 우편함엔 신상 티셔츠가 담겨있다. 최신 카메라와 컴퓨터도 있다. 드론과 자율주행 밴이 입력된 신호에 따라 대여물품을 보내준 덕분이다.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니 거리 곳곳의 화면이 나를 주시한다. 화면은 데이터베이스를 추적해 맞춤형 광고를 보여준다. 옆에 선 사람은 같은 화면에서 다른 광고를 보고 있다.
 
세계적 정보기술(IT) 전문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케빈 켈리가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에서 그리는 30년 뒤 인류의 미래 모습이다. 그는 지난 30년에 걸친 컴퓨터와 모바일, 웹의 융합 위에 이러한 대규모 기술적 추세가 얹혀질 것을 예견한다.
 
그 추세는 책 제목처럼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조류다. 동시에 오늘날 인류가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켈리는 그 변화의 파고 속에서 인류가 ‘멋진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처럼 많은 기회가 존재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라”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30년 전 웹의 태동을 지켜본 그의 체험에 기반한다. 당시 처음 나온 인터넷은 타임, 뉴스위크 등 미 주요 언론들에게 주목 받지 못했다. “상거래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현실적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나. 세계 각국의 사용자 수십억명이 음악, 영상, 백과사전, 뉴스 등 콘텐츠를 뿜어내고 있다. 8000일도 안돼 총 60조개에 달하는 웹페이지수가 만들어졌다.
 
그는 “인터넷처럼 지금껏 세상을 바꾼 ‘엄청난 것’은 작은 경이로움의 축적에서 나왔다”며 “오늘날의 사소한 변화들에 주목하다 보면 30년 뒤의 상품과 서비스의 추세를 포착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에 따라 저자는 책에서 AI와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이 뒤섞이며 펼쳐지게 될 4차 산업혁명의 양상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우선 그가 보기에 가장 큰 변화는 AI 분야에서 이뤄진다. IBM의 왓슨은 이제 병의 증상만 말해도 정확한 병명을 알아차리는 단계까지 와있다.
 
구글은 지난 몇 년간 딥 마인드를 비롯 13개의 AI와 로봇 관련 기업을 사들이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켈리는 “현재 우리가 검색을 통해 구글의 AI를 훈련시키고 있다”며 “오는 2026년쯤 구글의 주력상품은 검색이 아닌 AI가 될 것”이라 예측한다.
 
또 그는 게임부터 화학, 디자인, 법, 금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AI를 덧붙이는 ‘마법’이 일어날 것이라 점친다. 그리고 현재의 인터넷처럼 AI도 결국 무료 공용물로 뿌려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는다.
 
큰 변화를 예상한 다른 분야로는 스크린이 있다. 이미 스마트폰, 태블릿PC, 패드, 킨들 등으로 화면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저자는 미래에 그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종이처럼 얇고 유연한 판으로 만들어진 스크린에 음악, 영화, 소설책, 신문 기사 등 다양한 콘텐츠가 ‘흐를 것’을 예상한다.
 
그 속에서 사용자들은 손을 휘젓거나 엄지를 이용해 콘텐츠를 편집하고 뒤섞고 재조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원본 음악에서 보컬이나 기타음만 추출해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창조하거나 영화 속 하이퍼링크를 통해 책처럼 필요한 부분을 훑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 본다.
 
이밖에 소유 대신 접근, 대여의 개념이 커지면서 제2의, 제3의 우버가 나올 것을 점치거나 클라우드끼리 융합되는 인터클라우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상한다. 인간의 건강 등 삶 전체의 기록을 서로 합의한 상태에서 추적하는 라이프스트림, 분쟁 지역이나 심해, 새로운 여행지 등을 실제처럼 경험해보는 가상현실(VR)도 상용화될 것으로 추측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술들이 융합되고 인간의 집단지능과 기계의 집단행동이 포괄되는 미래의 거대한 새 플랫폼 ‘홀로스’의 출현을 점친다. 그곳에서 전 세계 90억명은 뇌를 직접 연결하게 된다. 기계라기보단 유기체에 가까운 ‘세계 두뇌’의 탄생이다.
 
물론 켈리는 이러한 다양한 변화와 함께 위법, 사기, 부패 등 유해 현상도 반드시 동반될 것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낙관론자이자 긍정주의자다. 역사적으로 그러한 현상들은 기술의 큰 조류 속에 걸러지면서 교정돼왔기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예견한다.
 
켈리는 “중요한 점은 인류는 끊임 없는 변화와 개선을 해왔으며 기술의 변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는 점”이라며 “결국 이 책에서 기술한 AI와 로봇을 포함한 모든 기술은 수렴하게 될 것이며 인간과 기계가 상호 의존하는 구도, 그로 인해 인간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사진/청림출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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