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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은

(현장에서)불확실성 지수와 실물경제의 괴리

2017-01-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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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지난해 여름 영국의 브렉시트로 시작된 불확실성의 시대는 오늘도 진행중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나라 안에서는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이다. 대기업 총수들은 특별검사 조사 중이거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
 
곧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앞두고 시장은 그가 내뱉은, 또 내뱉을 말에 숨죽이고 있다. 
 
불확실성을 넘어 초불확실성 시대라는 경제당국 수장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큰일 나는 거 아닌가싶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고 하는데 어디 한 곳이 터지고 깨져도 '그럴 줄 알았다'하며 크게 놀랄 것 같지 않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경제정책불확실성(EPU·Economic Policy Uncertainty) 지수다. 각국 언론에 등장한 불확실성 관련 키워드 빈도 등을 반영한다. 한국의 경우 '불확실성', '정부', '청와대', '당국', '규제', '한국은행', '적자' 등이 키워드다.
 
정치경제적으로 큰 이벤트가 있을 때 보조적으로 활용되는 지표이긴 하지만 한 나라의 불확실성 체감도를 보여준다. 브렉시트가 있던 지난해 6월 280포인트 수준이었던 한국의 불확실성지수는 정치스캔들이 있던 연말 400포인트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EPU 지수와 실물시장이 다소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장관계자는 이를 두고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도 몇 년째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결과적으로 잔류를 선택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때는 안전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영향이 컸지만 이후 '중앙은행이 어떻게 돈을 푼다'하는 대책들이 나오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았고, 이후 이와 비슷하거나 더 큰 불확실성 요소가 등장해도 전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됐다는 말이다.
 
외환시장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가 누누이 강조했고,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또 다시 거론했다.
 
국내에서는 주미한국대사관이 미 재무부 문의를 통해 현재의 무역촉진법이 아닌 과거 종합무역법에 의해서도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하고, 국책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이 조만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대사관이 왜 나서서 긁어 부스럼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옛날 법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거 언제는 몰랐나. 그런데 그 옛날 법이라는 게 제재 조항이 막연하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더라도 상상하는 그런 엄청난 효과는 없다는 점도 같이 짚어줘야 하는데...'라며 답답해했다.
 
생략된 뒷말을 짐작해봤다. 설레발일지, 호들갑일지. 짚어줘야 할 입장에서 이러나저러나 난감했다. '내성'은 '역사'의 다른 말이 아닌가 싶다. 오늘, 내일만 보다가 어제 어땠는지 잊고 불안감만 높이는데 일조하지 않았는지 자문하게 된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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