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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이승철 부회장 "대통령이 미르 모금액 올려라 지시"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전혀 문제없다' 안종범 메모도 공개

2017-01-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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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 상근부회장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청와대가 주도해 설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미르·K스포츠재단은) 청와대 지시에 의해 금액, 분야가 정해진 후 기업이 정해졌다"며 "사무실 위치와 명칭, 이사진, 운영 방식 등이 세세히 정해진 것이 기존 사회공헌재단과 판이하게 달랐다"고 말했다.
 
우선 이 부회장은 미르재단 설립 경위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서와 약정서를 전경련이 냈지만,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 전 수석의 지시로 명의만 빌려준 후 모금한 것이 맞는지,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 후 안 전 수석으로부터 재단을 만들라는 전화를 받은 것이 맞는지를 묻는 검찰에 모두 "맞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VIP께서 주요 회장과 만나 문화·체육 관련 재단을 만들기로 얘기가 됐다. 300억원 규모가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이 부회장은 두 재단의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직후에는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설립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안 전 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이 전화로 전경련 입장 밝혀달라고 지시했고,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을 기자간담회 같은 것은 곤란하니 전무 정도가 인터뷰를 했는데 연합뉴스에서 실어주지 않았다"며 "나중에 청와대 홍보에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연합뉴스에서 부회장이 직접 인터류를 하자고 해서 보도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가 인터뷰를 하니까 비난이 있고, 전경련을 해체하란 주장도 나와서 면목이 없었다"며 "매일 보도되는 것을 보는데 우리가 이렇게 엄청난 일을 했냐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하지만 막는다고 막아지겠는가. 직원이 우리가 협회지 권력이 아니라고 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검찰에 가서 조사받을 때는 직원들도 상당 부분을 얘기해서 나로서도 도리가 없었다"고 언론 인터뷰와는 달리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미르재단의 설립 규모가 애초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된 경위에 대해 검찰이 "안 전 수석이 증인에게 지시한 것은 없고, 모금을 하다 보니 500억원이 됐다고 한다"고 묻자 이 부 회장은 "처음부터 (출연금을 내는 것이) 부담인데, 기업이 자발적일 리 없다"며 "오히려 회원사를 대변해야 하는데 더 내라고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기존 그룹의 부담이 크니까 확대된 것 같고,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등 일부는 청와대에서 지정했다"며 "당시 롯데는 빠져 있어서 찍혔나 하는 의문에 오히려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미르재단의 설립 규모를 늘리도록 지시한 것은 대통령이라고 지목했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갑자기 전화가 와서 모금액이 늘었으니 맞춰서 하자는 지시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또 전화를 받았는데 VIP가 작으니 올려라 했다"고 말했고, 검찰이 VIP가 누구냐고 묻자 "대통령을 말한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모레 설립되는데, 갑자기 올리는 것을 만만치 않다. 토요일 오후 퇴근해서 아무도 없는데 난감했다"며 "황당하다고 하니까 자기도 돕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미르재단 이사진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명단이 청와대가 낙점한 것이라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미르재단 김영수 초대 이사장을 언급하자 이 부 회장은 "여러 직원 물어봤더니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아는 사람이 없어서 금방 들통날 것이라고 하니 안 전 수석이 주위에서 추천했다고 말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유일하게 만난 사람이 차은택 전 단장인데, 이미 최순실씨와 관계가 보도된 상황이라  그 일에 연루되는 것 아닌가 해서 차 전 단장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두 재단이 문제가 돼 통폐합을 결정한 이후 최순실씨가 개입한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정동춘 이사장이 (전경련) 이용호 전무에게 '통폐합 이사장을 내가 맡는 것이 최 여사의 뜻'이라고 말했다. '최 여사 뜻이다란 그말은 어디서 하지 마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문화는 알겠는데, 체육은 뭔가'  했더니 '문화쪽 우파 단체를 지원하는 쪽으로 한다'고 해서 '문화는 알겠는데, 체육에 그런 게 어딨냐'고 했다"라면서 반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검찰 출석을 앞두고 여러 차례 청와대가 개입한 적이 없다는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연락이 잘 되자 안 전 수석을 비서를 통해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안 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전혀 문제없다. 고생하시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란 메모를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은 지갑에 보관 중인 이 메모를 공판 현장에서 공개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본청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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