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박민호

초인종을 누른 종이신문

벨 눌렀으면 말을 해

2017-01-19 19:17

조회수 : 483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지난 주말 의미심장한 사건을 겪었다.
 
주말 저녁쯤 초인종을 누른 어느 아저씨. 그 분은 꽁꽁 얼어붙은 얼굴로 미소를 한가득 품고 신사임당 어머니가 절반이나 보이는 상품권 봉투를 그것도 친절하게 오픈한 상태로 들이밀며 "선물이에요"를 외쳤다.
 
느닷없는 신사임당 선물에 나는 그분이 천사이거나 정신이 나간 사람, 둘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사람은 5만원 선물을 들고 초인종을 누를 용기가 없다. 범죄자라고 난 생각했다. 가끔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면 절에서 오거나 교회에서 오거나 아줌마 부대들이 여기저기를 들락거린다. 비번으로 출입하는 아파트가 아닌 서민들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가끔 이럴때 짜증이 난다. 
 
혹시 종교인인척 하며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는 도둑이 아닐까도 의심된다. 
 
아무튼 그 아저씨 선물의 의도는 "제발 신문좀 봐주십시오"였다. 무턱대고 들이닥친 것도 기분나빴고 5만원으로 희롱을 당한것 같아 보수든 진보든 중립이든 신문은 영원히 안볼 기세였다. 
 
안그래도 신문은 안본다. 와이프 직장에서 오는 신문도 문앞에 항상 7일치가 쌓여있다. 버리기도 귀찮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는 것도 사진찍힐까봐 안본다. 요즘 애들이 신기한 광경을 봤다할까봐.
 
문을 강제로 닫고 거의 쫓아내기전까지 5만원을 들고 선 아저씨의 신문 구독 구애작전은 매우 오랜시간동안 치밀하게 짜여진 듯했다. 아저씨가 불쌍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5만원이든 tv든 자전거든 집을 주지 않고서는 신문을 사볼 생각 따윈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정하에 이론을 짠다. 합리적이지 않다면 시장은 공장은 소비자는 존재할 수 없다. 종이신문은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졌지만 비합리적인 한국의 유통구조에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그 아저씨는 제발 산소호흡기는 떼지 말아달라는 마지막 단발마를 대신 외쳐준게 아니던가.
 
자 이제 다음 순서는 누가 될 것인가..
 
스탈린그라드를 사수하듯 신문의 마케팅 전선에 첫 타자로 전장에 뛰쳐나가게 된 그분도 가정이 있고 직장이 있으며 미래가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소중한 직장이 있으며 포기할 수 없는 미래가 있다. 
 
하지만 세상은 세상에 적응하는 사람과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명확하게 가른다. 그리고 그 미래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 안타깝다.
 
우리는 이미 경쟁에 익숙해졌고 경쟁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경쟁을 하려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공산주의를 외치는게 낫다.
 
아이러닉하다. 영화를 누렸던 시대는 어디가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올지니. 신발끈 꽉 동여매지 않으면 쓰나미처럼 떠밀려 간다. 앙탈부릴 시간도 없다 이젠.
 
굿바이 오래된 것들이여. 잘가라 뉴스페이퍼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 박민호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