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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조윤선 구속' 충격에 자충수

김기춘, 박정희 때부터 충성…조윤선, '대통령의 여자'

2017-01-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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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기자] ‘국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 등을 형사 고소하겠다고 역공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반응은 그동안의 여론전을 벗어난 법적 공세이기 때문에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변호인단 소속 황성욱 변호사를 통해 “어느 누구에게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한 뒤 “‘세월호 사건 한달 뒤,블랙리스트 작성 박대통령 지시’라는 기사를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와 중앙일보, 허위 내용의 영장청구서 범죄사실을 중앙일보 기자에게 넘겨주었다는 특검 관계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피의사실 공표죄로 형사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익명의 그늘에 숨어 허위보도를 일삼는 특정 세력은 더 이상 여론조작을 그만두고 언론도 확인된 객관적 사실만을 보도해 주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특검팀은 지난 20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한 뒤 지난 주말 두 사람을 불러 그 윗선인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김 전 실장 등은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팀은 이들을 구속하기에 앞서 박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증거를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도 특검팀의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대통령이 공세적으로 나선 데에는 이 두 사람이 구속된 뒤 상당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돼 2015년 2월까지 근무하면서 ‘왕실장’으로 불리며 막후세력으로 군림했다. 조 전 장관은 ‘박근혜의 여자’라는 별칭까지 받을 정도로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특히 김 전 실장은 제12회 고시 사법과 합격한 뒤 법무부 검사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했으며, 그 공로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 대구고검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등을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1995년 한나라당 국회의원(15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6, 17대 총선에 당선되면서 박 대통령의 측근에서 그를 도왔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이렇다 할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이 소식을 전해듣고 “특검팀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탄핵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도 22일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박 대통령 측의 발표에 대해 묻자 “특검은 특검법 제12조에 따라 실시해야 하는 언론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므로, 고발에 대해 언급할 사항이 없다. 또 그 부분이 대통령에 관한 피의사실 공표 여부가 되는지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특검법 제12조(사건의 대국민보고)는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제2조 각 호의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특검보의 말을 곱씹어보면, 박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혹은 현재 특검이 조사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피의사실이라는 말로 풀이된다. 결국 박 대통령과 특검팀의 말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 스스로 피의사실을 밝힌 셈이다. 게다가 고소 사건을 맡게 될 수사기관도 특검법상 특검팀 소관이다.
 
한편, 이 특검보는 이날 연이어 6번씩이나 출석을 거부한 최순실씨가 강제구인으로 조사를 받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피의자의 당연한 권리로 특검이 진술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다만 묵비권을 행사하면 진술해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조서를 받고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특검보는 또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와 청와대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차질이 없도록 일정을 조정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강제 수사할 방법은 없지만, (대통령에게) 필요성을 충분히 납득 시키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가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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