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한 놈이 됐다. 담배를 2주간이나 안피고 있다. 나보다 더 독한 사람은 이상태에서 다시 담배의 노예가 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내 금연 최고기록 9일을 가볍게 돌파하고 우사인 볼트처럼 더 나은 기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중국은 담배의 천국이라고 한다. 정말 어디에서든지 필수 있다. 침을 아무대나 뱉어도 누가 뭐라고 안한다. 사람 발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재떨이가 있다. 호텔 안에서도 필 수 있다.
그 나라의 문화니까 굳이 뭐라 할 것은 없다. 사실 우리도 예전을 생각해보면 그랬으니까.
과거에는 식당에서 술집에서 담배는 기본이었다. 여기저기서 피워대는 담배를 어린 아이들이 그대로 들이마시고 다녔다.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서 옆에서 피워대는 담배를 밥과 술과 함께 비흡연자도 들이마셨다. 그렇게 간접흡연은 일상화됐었다.
불과 20~30년 전 영화관에서도 담배를 폈다. 지금은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까지만 해도 영화관 의자 손잡이 앞쪽에는 콜라잔 두는 자리가 없었다. 미니 재떨이가 있었다.
대체 그 미니 재떨이는 어떻게 청소를 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손가락으로 후벼파서 꽁초를 빼내야 하는데
재는 어떻게 털어 버렸는지. 영화관 포스터를 예전에 화가가 손으로 그렸는데 그 기억만큼이나 오래된게
영화관 의자 재떨이다.
놀라지 마라. 그 시기에는 버스에서도 담배를 폈다. 시내버스, 고속버스 모두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때만 해도 버스의자 손잡이에 재떨이가 있었다. 그리고 고속버스에 앉으면 눈앞에 재떨이가 있다.(기억하나?)
물론 할배들이 주로 폈겠지만 버스 천장은 환풍구 역할을 했다. 버스의 감가상각비가 0에 달하면 결국 그 버스들은 세상에 없어졌다.
가끔 궁금한데 비행기를 타서 화장실을 가면 재떨이의 흔적이 있다. 담배를 펴도 된다는 뜻일까라고 가끔 고민하기도 한다.
아니겠지. 비행기는 한번 만들면 버스보다는 더 튼튼하니까 감가상각 기간이 길다. 아마 과거 담배를 피던 시절 만들어진 비행기를 지금껏 타고 다니는 것 같다. 그놈의 비행기 참 튼튼하게도 만들었다.
지금은 재떨이가 부족해진 세상이다. 그래도 길거리에 버리는 것은 전혀 안멋있으니까 껌은 종이에 꽁초는 쓰레기통에 버리자.
...............................................................................................................................................................
니놈이 방 하나 피워댔냐
담배가격은 4500원이다. 싸다. 일주일이면 3만1500원이다. 한달이면 12만6000원이다.
1년이면 얼마일까 164만2500원이다. 흡연자는 최소한 1년에 16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18년을 피운 38살 한국 사람이다. 요즘엔 늦게 결혼을 하니까 35살에 결혼을 한 흡연자 남성이 있다고 해보자. 20살때 부터 피면 15년을 피운셈이다.
오 마이 굿니스. 나도 몰랐는데 계산해보니 2463만7500원이다.
나는 18년이니까 2956만5000원이다. 예전엔 2500원일때도 있었지만 이 시점에서 안끊고 더 피운다는
가정하에 퉁치자.
난 거의 3000만원을, 35세 결혼을 앞둔 흡연자는 2500만원을 버린셈이다.
결혼을 해서 새집을 장만한다면 방이 하나 작살난거다.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건강도 더 안좋아졌다.
전세로 집을 낮춘다면 저 담배때문에 안좋은 전세집으로 격이 떨어진 거다.
2500만원이면 왠만큼 좋은차를 중고로 살 수도 있다. 화려한 신접살림에 차 한대 날라갔다.
신부는 분노해야 한다. 저놈이 피워댄 담배때문에 건강도 안좋아지고 신혼집도 구려졌다.
이 추운날 차몰고 다닐 수 있었는데 저놈 때문에 지하철 타고 다닌다. 2500만원이면 삼대가 보일러 때고도 남을 기름일 것이다.
신부여 분노하라!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라!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고 철없이 자랑하고 다니는 저놈의 미련함 뒤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지 않은가? 예식장에 들어갈거면 금연각서를 받고 들어가라.
와이프한테 진심으로 미안하다. 그래서 육아와 집안일은 내가 다 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