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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르포)"미국산 달걀, 신기하지만 생각보다 비싸서 고민되네요"

한판 여전히 9000원 육박...'가격·신선도' 때문에 구매 망설여

2017-01-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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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처음 나왔으니 일단 사서 먹어볼까 생각은 하는데 가격은 비싸네요."
 
대형마트에 상륙한 새하얀 미국산 달걀을 보는 시선은 호기심 반 우려 반이었다. 처음 보는 미국산 달걀이 신기한듯 관심을 보이면서도 신선도와 가격을 따져보면 선뜻 구매를 결정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달걀을 카트에 담았다 이내 다시 매대에 올려놓는 소비자도 볼 수 있었다. 
 
23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전격 수입된 미국산 달걀이 진열됐다. 지난 14일 오후 100톤 분량의 수입달걀 150만개가 한국 땅을 밟은지 9일만이다. 이날 서울역점에 들여온 달걀은 모두 480여판이다. 이 중 오후 1시30분까지 약 70판가량이 판매됐다. AI 발생 이전 일일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근 수급이 어려워져 '계란 대란'이라 할 정도의 사태가 벌어진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달걀 매대 바로 옆 시식코너에 있던 점원은 "평소와 비교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가격이었다. 30개가 담긴 미국산 달걀 한 판의 가격인 8490원. 정부가 항공운송비 지원금을 1톤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하면서 당초 8990원으로 결정됐던 가격보다는 1판당 500원이 저렴해졌다. 
 
바로 옆에서 판매 중인 10~15입짜리 국내산 달걀이 4000~50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해서도 3분의2에서 절반 수준의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은 AI 사태 전과 비교하며 여전히 비싸다고 느꼈다. 
 
채모(58)씨는 "가격 때문에 구매가 주춤해진다"며 "서민이다보니  달걀 한판에 5000~6000원 선이어야 살 수 있는데 고민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른 달걀과 비교해 가격이 싸기 때문에 선택한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신문에서 수입산 달걀 판매 소식을 보고 노량진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이 모씨(65세)는 "다른 마트에 가면 지금 1판에 1만원이 넘는데 가격이 싸니까 사게 됐다"며 "구정이니까 제사를 준비해야 하니 싼 걸 선택해서 전을 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모(67)씨는 "수입해 들어오는 달걀인 만큼 이 정도 가격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사 지낼 달걀인데 미국 산을 사게 된 것"이라며 "조상님들이 이해해주실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신선도'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2~8℃로 유지된 비행기와 창고를 거친 계란이었지만 수송과 검역을 모두 합해 열흘이 넘게 걸릴 만큼 국내산만큼 신선할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들과 함께 마트를 찾은 이 모씨(45세)는 대량으로 쌓여있는 미국산 달걀은 보지도 않고 바로 옆에 있는 국산 달걀을 골랐다. 그는 "미국에서 왔다는 것이 좀 그렇다"며 "많이 먹지 않으니까 늘 먹던 국산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23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미국산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원수경 기자)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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