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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조윤선, 구속된 신데렐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017-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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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1일 영장집행에 따른 검신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그녀의 수감생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매체는 교도관의 말을 빌려, 조 전 장관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공황장애를 겪고 있으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피의자는 법원의 영장 발부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검찰’ 수사관들의 손에 이끌려 검찰 내의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는 자신이 평소 입었던 사복을 착용하고 외부에서 시켜주는 식사(설렁탕, 짜장면 등)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조 전 장관이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은 특검에 의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구인되었고 특검 내에는 이들이 대기할만한 장소가 없다. 영장 발부 결정 때까지 이들을 24시간 감시하며 신변을 보호해줄 인력도 없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피의자들을 법원에서 가까운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도록 조치했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되면, 일단 임시 수용자의 신세가 되고, 출입구에서 가까운 독방에서 수의로 갈아입고 식사도 수감자와 마찬가지로 1440원짜리 1식 3찬으로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 소위 말하는 ‘알몸검신’ 등이 이루어지게 된다. 흉기 등을 몸속에 숨기고 있다가 다른 사람을 위협하거나 혹시라도 신병을 비관해 자살을 하거나 자신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등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1일 새벽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곧바로 구속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어 정식 입소 절차 등을 밟은 다음 오후에 특검에 출석하여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역시 김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오후에 다시 특검에 출석했다. 
 
언론에서 조 전 장관이 검정색 외투에 장관 배지와 평창 동계올림픽 배지 대신 수형자번호가 적힌 부착물을 달고 초췌한 모습으로 특검에 출두한 장면을 내보내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미모, 학벌, 권력 세 가지를 겸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신데렐라’로 불리며 대중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던 그녀가 일반 재소자와 마찬가지로 수치스러운 ‘알몸검사’까지 받으며 1.9평의 차가운 독방에 수감되었다는 소식은 한 편으로는 신기하고, 한 편으로는 고소하고,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조 전 장관과 법조 선배로서, 최초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그리고 이혜훈 의원과 함께 우리 지역구의 국회의원 후보로 치열하게 경선을 치러내던 예비후보로서 소통해왔다. 따라서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온갖 의혹이나 국회에서의 위증 등을 떠나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소회는 참으로 복잡하고 마음이 아픈 것이었다. 
 
무수히 많은 언론과 특검에서의 날선 질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왔던 그녀는 국회 청문회에서 이용주 의원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합니까, 안합니까, 예스 노우로 대답하세요’라는 18번의 질문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구속 전 특검에서의 조사 당시에는 ‘김기춘 전 실장이 시켰다’는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그 보도가 나오자마자 조 전 장관은 문체부 식구들의 이름을 빌려 그 사실을 부인했고, 특검 역시 이를 부인하는 공식입장을 발표한 사실이 있지만, 아마도 특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그러한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진술은 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구속된 피의자들은 웬만한 ‘확신범’이 아니고서는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롤러코스트를 타게 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언론의 플래시를 받으며 한 나라의 문화, 체육, 관광 분야의 모든 전권을 휘두르며 일생을 살아왔던 젊은 여성 장관이 갑자기 1.9평짜리 독방에 수감되어 식판을 손수 씻고, 냄새나는 변기를 끼고 자야 한다면, 한 번도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그녀로서는 무너지는 것만이 정답이다. 
 
자신을 구속시킨 특검에 대한 분노와, 촛불을 들고 주말마다 광장에 모인 국민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가, 하루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변호인과의 접견을 통해 사태를 분석하게 된다. 법원의 영장 발부 절차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어떤 측면에서 자신의 소명이 부족했던 것인지 곱씹을 것이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해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논의할 것이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이 구치소 독방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초라하고 구차한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지, 과연 이 생활이 끝은 날 것인지,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만약 기소가 되어 유죄가 선고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야 하는지 등등을 생각하며 한껏 약해진 마음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정면승부를 하기 보다는, 이쯤에서 항복하고 선처를 바라는 쪽으로 심경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구속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당당하고 아무리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확신적으로 본인의 결백을 주장하고 자신이 옳다고 외쳐댄다 하더라도 객관적 증거가 쌓여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기약 없는 모욕감을 계속 느끼게 되면,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조 전 장관이 ‘구속’의 그러한 특별한 힘에 무너져 실체적 진실을 고하고 역사 앞에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지,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정식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으며 승부수를 던지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지 못하지만, 이러한 ‘신데렐라 장관’의 몰락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참으로 씁쓸하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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