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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신재명 KB증권 부사장 "외화채 수익비중 네 배 늘린다"

"S&T부문 업계 1위 달성은 숙명적 과제"

2017-0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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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 8.5%'. 
 
지난 2일 통합 KB증권이 전 사업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제시한 도전적인 수준의 목표다.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 4조원, 고객자산 100조원, 고객 380만명을 가진 초대형 금융투자회사로 발돋움한 만큼 집중해 달성하고 2020년까지 이를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수익성 극대화 전략의 핵심은 시너지다. 은행 영업망까지 망라한 '은증(銀證) 연계' 비즈니스를 통해 기업투자금융(CIB)을 이끌고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지주 아래 모든 벽을 허물어 '하나의 회사, 하나의 KB(One Firm, One KB)' 체제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강력한 세일즈 채널은 갖췄다. 이제 준비된 모든 작업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건 실탄(금융상품)을 공급할 세일즈앤트레이딩(S&T)부문의 완성이다. 최근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마친 KB증권 S&T부문이 회사로부터 받은 궁극의 미션이기도 하다.
 
"현재 10% 수준에 못 미치는 외화채권 수익비중을 연내 많게는 네 배(4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당분간 해외에서의 기회요인을 찾는 일이 우선될 겁니다."
 
24일 신재명 KB증권 S&T부문장(부사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S&T부문의 정상화와 업계 1위달성은 당면한 과제고 외화채 비중 확대는 첫 번째 열쇠라며 이같이 말했다. 저성장 국면에 국내 시장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외화채권을 통해 고마진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실제 국내 채권시장 변동성이 예년의 절반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 확보도 박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방향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쥐어짜 나올 것이 아니죠. 선진국이나 이머징, 할 것 없이 보고 쉽고 트렌드가 강력한 쪽을 추구하려 합니다. S&T부문이 '상품공장(Product Factory)' 본분에 지키기 위한 답은 하나, 마진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죠. 타개책은 확실한 추세를 보여주는 해외시장밖에 없어요."
 
24일 신재명 KB증권 S&T부문장(부사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S&T부문의 정상화와 업계 1위는 당면한 과제고 외화채 비중 확대는 첫 번째 열쇠라고 말했다. 사진/KB증권
 
올해부터 외화채시장 본격 공략
 
수년간 주어지던 국내 채권시장의 적정 변동폭이 사라진 점은 과거 '디저트' 삼던 해외시장을 메인에 배치하게 된 배경이 됐다. 신 부사장은 우선 아시아 교두보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선진국 외화채의 경우 글로벌 매크로를 통해 중기 트레이딩이 가능하지만 아시아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시아 해외전략가를 영입해 외화채권 부문의 수익성 제고로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신 부사장은 이를 위해 홍콩 현지법인에 세일즈와 트레이딩 인력을 선발해 연내 론칭시키는 것을 목표로 뒀다. 현재 KB증권의 해외 거점은 중국 상해사무소와 홍콩, 미국 뉴욕, 싱가포르 2곳 등 총 5곳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브라질 국채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브라질 자체에 대한 전망도 좋다고 했다. 5년 전후의 만기를 가진 4% 전후의 선·중순위 정도의 국내외 부동산과 인프라 관련 대출채권은 모두 그의 검토 대상이다. 
 
녹록지만은 않지만 올해 국내 채권시장도 나쁘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주어지는 두 차례의 방향성에서 한 번의 기회를 살리고 방망이를 짧게 잡고 단기기회를 거듭해 거둔다면 중간 이상의 성적은 유지 가능하다는 게 신 부사장의 설명이다. 
 
"시작 자체가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해 4분기 채권보유 물량이 컸던 증권사들이 다들 고생했지만 덕분에 포지티브 캐리(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나오는 시장에서 새해를 맞을 수 있었으니까요.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분수령이 있었고 올해 역시 가능하리라 봅니다."
 
단 '한 방향의 의사결정'을 전제한다. 신 부사장 이전의 S&T부문이 부문별, 팀별, 개인별 운용을 통해 개별전략을 살렸다면 신 부사장 이후로는 모든 회의체가 유사한 전략을 통해 한 방향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에 공감을 이루겠다는 얘기다. "이번 주 첫 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지시는 본부장급에 위임하고 당분간 관찰자로 가정관리에 집중키로 했습니다. 본부장에 롤을 주고 한 줄 뒤에 서서 좀 더 큰 그림을 보려합니다."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KB증권 대표이사 기자간담회에서 윤경은 대표(가운데 왼쪽)와 전병조 대표(가운데 오른쪽)가 회사 비전과 사업전략에 대해 공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1분기내 최대 30명 인력확충 매듭…정상화에 속도
 
KB증권의 S&T부문은 아직 미완의 단계다. 현재 조직규모는 총 160명 정도. 약 16조원 규모의 채권북을 운용하는 채권본부를 비롯해 트레이딩부, 파생상품영업본부, 고유자산운용본부, FICC구조화본부 등 5개 본부로 꾸려졌다. 공석인 고유자산운용본부장을 비롯해 FICC구조화본부 15명, 크레딧전략가 10여명 등 최대 30명 수준의 추가 인력채용은 1분기 내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결과의 평등주의를 지양한다는 신 부사장은 기여도에 따라 최대한 차별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목표의 초과달성을 위해서는 양질의 인력구축을 기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ROE 8.5%는 대단히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초과달성은 당연히 해야할 몫이죠. 하지만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직원들이 해야할 일입니다. 지난해 통합 이전 현대증권의 주가연계증권(ELS) 자체헤지 손실 부분을 만회하는 일에 속도를 냈고 그 결과 손익은 상쇄했습니다."
 
현재 KB증권의 ELS 자체헤지 물량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파생결합증권(DLS) 자체헤지 규모는 8000억원 정도다. 신 부사장은 일단 ELS 자체헤지 상품에 대한 추가적인 보강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정 진도율을 찾은 뒤엔 마진이 높은 DLS 자체헤지 물량 규모도 확대할 방침이다. 
 
KB금융지주 자회사로서 금융그룹이 가진 강력한 세일즈 채널에 실탄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전했다. "좋은 물건을 만들기만 하고 팔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적기에 해외로 나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발굴할 겁니다. 고객 수익률 제고로 이어가는 일 또한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1990년 삼성생명 출신인 그는 28년째 보험사와 외국계 자산운용사, 메리츠종금증권 등 국내 증권사 등을 두루 거친 '채권 베테랑'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신한금융투자 FICC총괄본부장을 역임해오던 신 부사장을 영입한 건 KB증권의 S&T부문 재건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통합 KB증권의 핵심 컨트롤타워로 평가되는 S&T부문을 진두지휘할 수 있게 된 데는 시장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그의 역할이 컸다. 실제 신재명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신한금융투자 채권운용 전반을 총괄하는 FICC 본부장으로 합류해 공격적인 운용으로 업계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그 능력을 꾸준히 인정받았다. 신한금융투자가 국고채전문딜러(PD) 회장단으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국고채 시장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우수PD 종합 1위를 7회 연속으로 달성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의 최우수 PD 시상은 반기별 국고채 인수와 시장조성 실적 평가에 의해 선정된다.
 
"'편집증 환자만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는 문구를 좋아합니다. 주 8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이를 강요할 정도로 일에 매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실패를 피할 수 있었고 성과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죠. 그동안 거쳐 온 은행과 보험, 자산운용사가 모두 1위이거나, 1위가 됐는데 KB증권 S&T부문을 1위로 끌어올리는 것 또한 숙명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통합 KB증권 사옥 사진/KB증권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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