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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획)③영장항고제 도입 두고 법원·검찰 첨예 대립

검찰 "기각되면 수사 차질 커"…법원 "재청구로 해결 가능"

2017-0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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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사례가 늘고, 그 결과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영장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검찰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그 방안으로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영장항고제’이다. 영장항고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영장전담판사가 기각할 경우 상급심에 발부여부를 다시 묻는 제도를 말한다.
 
대법원은 영장항고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 시작은 1958년 3월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은 ‘구속영장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결정(사건번호 4290형항9에서)에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 항고나 재항고를 불허한다는 견해를 처음 밝혔다. 당시 결정문에서는 “구속영장의 신청을 기각할 때에 관한 형사소송법 201조 3항의 규정은 우리 현행 형사소송의 기본정신 및 소론 평사소송법 201조 6항의 배열상의 위치와 문리해석상으로 보아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 항고나 재항고를 불허한다고 해석함이 정당하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구체적 논거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 이후 각종 문헌과 판례를 보면 대법원은 영장항고제를 도입할 경우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됐는데도 피의자는 항고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유동적 상황에 머물러 있어 인권의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입장이다. 또 영장이 기각되면 다시 재청구 할 수 있어 영장항고제도를 따로 두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중대범죄의 경우 피의자의 인신 구속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비교적 쉽게 기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간부는 또 “법원은 범죄소명의 정도나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도 않고 있어 처음부터 다시 영장청구 준비를 해야 하느라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도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가 주거부정, 도주우려,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나와 있지만 세부적 판단은 역시 영장판사에게 달려 있다”며 “영장판사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대법원 관계자는 “영장 기각사유나 발부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검찰에게 설명한다면 당장 구속영장을 발부받는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이런 경우 사실상 사법부가 검찰의 수사를 지휘하게 되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에는 피의자 역시 이를 다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균형적일 것인데, 공판에 앞서 실체적 진실을 빨리 발견하기 위한 수사 과정이 지나치게 지연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방의 한 고위 검찰 간부는 “구속의 재량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찰에게 더 준 뒤 사후에 보석이나 구속적부심으로 보완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는 별도로 “영장항고제를 논하기에 앞서 영장제도를 전반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간부는 “현재 구속사유를 규정한 형사소송법은 여러모로 추상적이고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명료한 기준을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선진국의 예와 우리 상황을 심도 있게 검토해 우리에게 맞는 영장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 판단이 너무 주관적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영장항고제를 포함한 영장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열린 제53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한 법조계 인사들. 오른쪽부터 김수남 검찰총장, 김현웅 전 법무부장관,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하창우 대한변협회장.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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