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승근

(물고기이야기)은빛 찬란하고 맛 좋은 생선 '갈치'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박정호 해양수산연구사

2017-02-17 08:00

조회수 : 3,69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최근 대형 마트에서 제주산 은갈치의 비싼 가격에 놀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서양산 냉동 갈치를 구입한 적이 있다. 갈치는 현재 비싼 몸값을 자랑하지만 과거에는 저장성이 뛰어난 값싼 생선이었다.
 
일본인들이 우리바다에 대한 침탈을 먼저 실행하기 위해 1908년부터 발간한 ‘한국수산사’에 보면 ‘갈치는 조선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어업이 대단히 왕성하다. 초여름 모내기할 즈음에 소비가 가장 왕성하다’는 글귀가 있다. 그때는 농번기에 필수적인 단백질 보급을 위한 흔한 반찬으로 이용된 것 같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박정호 해양수산연구사
 
한때 국민생선이었던 갈치는 다른 어종에 비해 불리는 이름이 단순했다. 어린 갈치는 풀치라고 부르고 통영에서 빈쟁이라는 사투리로 부르는 것 외에는 거의 없다.
 
최근 수산시장에서 비싼 가격의 은갈치와 저가의 먹갈치가 구분돼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조업 방법에 따른 보존 상태 차이가 있지만 같은 종이라는 의견과 아예 종이 다르다고 하는 의견 등이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류학적으로 별개의 어종으로 보기도 하고 단순히 체색이 다른 변이형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우리나라 갈치 어획량은 1970~80년대에는 연간 10만톤 이상 됐다. 하지만 조업어장 축소 등으로 인해 자원이 감소해 최근에는 4만톤 가량 어획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안강망에서 대부분 어획(약 85%)됐지만 요즘은 선망, 연승(채낚기), 저인망, 안강망 등 다양한 어법으로 어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와 서해, 제주를 포함한 동중국해, 황해에 서식하며 주 산란 시기는 5~9월이고, 서식수심은 5~140m로 성어가 되면 밤에 얕은 수심으로 이동하는데, 이 특성을 이용해 집어등을 밝혀 어획하고 있다.
 
수입 갈치를 먹었는데 사람 이빨이 나왔다는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 갈치가 육식성 어류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는 외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람이 물에 빠지면 제일 먼저 달려드는 고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빨이라는 이 뼈는 갈치의 척추골 아래와 위로 돌출한 혈관극와 신경극이라는 뼈가 비정상적으로 부푼 골비대증(hyperostosis)으로 인한 현상이다. 지난해에 발표된 갈치 골비대증 논문에서는 오만 해역에서 잡힌 146마리 갈치 가운데 53%가 골비대증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다른 어종들도 이런 현상이 있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에게 갈치를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밥상에 올라오는 토막난 갈치만 봤기에 전체 모양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대가리와 몸통은 그려 나가겠지만 꼬리 부분에 이르면 길게 늘어진 지느러미를 그리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영어로 갈치는 hairtail이다. 실처럼 가늘게 생긴 꼬리를 가졌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가늘고 긴 꼬리는 쉽게 절단 되고 서로 뜯어 먹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 어류는 주둥이의 앞 끝에서 꼬리지느러미 뒤끝까지 길이를 재는데 갈치는 주둥이 끝에서 항문까지를 기본 크기로 정하고 이를 항문장이라고 한다. 현재 갈치 자원보호를 위해 항문장 18cm이하는 법적으로 포획이 금지돼 있다.
 
한때 유명한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은빛 갈치를 전시한 적이 있다. 보통 어류가 옆으로 헤엄치는 데 반해, 갈치는 몸길이 그대로 세운 채 하나로 연결된 지느러미를 이용해 지그재그로 헤엄치며 수족관에서 뿜어내는 불빛과 함께 최고의 화려함을 가진 어류로 다시 태어났다. 여기서 반짝이는 은빛은 과거에 인조진주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흰 살 생선인 갈치는 칼슘, 인, 나트륨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고 살이 부드럽고, 위장기능을 따뜻하게 한다고 해서 소화기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좋다고 한다.
 
갈치구이는 담백하고, 무 또는 호박으로 끓인 국은 시원하다. 가끔 식당에서 나오는 말린 어린 갈치(풀치)를 간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해 조린 풀치 조림을 보면서 맛있게 먹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자원보호를 위해 식문화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 최승근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