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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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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이 설계한 ‘아리움 사옥’ 등록문화재 신청

사라질 뻔한 건물 문화재 보존 계기

2017-02-17 13:20

조회수 : 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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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현대건축의 대가인 김중업(1922~1986) 건축가가 설계한 서울 중구 을지로 7가 ‘아리움 사옥’이 사라질 뻔한 위기를 넘겨 등록문화재로 남는다.
 
서울시는 김수근(1931~1986) 건축가와 함께 현대 건축의 양대 산맥인 김중업 건축가의 건축물인 아리움 사옥(구 서산부인과 병원)을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등록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6월부터 소유자와 함께 주변의 역사유적과 어우러질 수 있는 해당 건축물의 활용 방안을 고심하며 문화재 등록을 추진해 왔다.
 
중구 을지로 7가에 위치한 아리움 사옥은 김중업 건축가가 1965~1966년 설계해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574.92㎡의 개인병원으로 1967년에 완공된 건물이다.
 
1965년 건축주인 산부인과 의사 서병준이 병원과 주거 공간을 겸할 수 있도록 김중업에게 설계를 의뢰해 1층은 진료실, 2~3층은 병상, 4층은 주거공간으로 구성된 독특한 외관의 건물을 탄생시켰다.
 
아기를 분만하는 하는 곳으로서 남녀의 생식기를 이미지화해 건물의 기본 형태를 이루고 하얀색 외벽과 함께 파격적인 디자인 개념의 외관을 가졌다.
 
김중업은 천재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로부터 3년간 사사받은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서 1950년대에 세계적인 건축 조류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유롭고 독창적인 토대 위에 형성된 그의 설계 철학과 조형 감각은 건축주인 서병준 의사의 배려와 이해 속에 실현됐다.
 
그 결과 아리움 사옥 건물은 건축학도라면 한번쯤 방문하는 현대 건축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병원으로서 청결함을 우선해 모든 건물 벽면과 바닥의 이음새부분을 둥글게 마감해 먼지가 쌓이지 않고 말끔하게 닦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1960년대 당시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아이디어가 건물 곳곳에 심어져 있다.
 
특히, 1995년에 1대 소유주인 서병준 원장으로부터 건물을 인수받은 정인훈 아리움 대표는 각별한 애착과 보존 의지를 갖고 있다.
 
1대 소유주 서병준 원장은 김중업의 설계도 청사진과 공사 시방서, 1966년 시청으로부터 받은 허가 서류까지 일괄을 현 소유주 정인훈 대표에게 넘겨주었다고 한다.
 
이후 정대표도 IMF 사태를 맞아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사옥을 매도하거나 새롭게 지어 이윤을 남기는 유혹을 물리치고 오늘날까지 그 원형을 유지하려 애써왔다.
 
오래된 건물이라 주차장이 없고 단열이 취약하여 더위와 추위에 견디기 어렵지만, 건물을 지키려는 정대표의 소신은 일관된다.
 
특히 야간이면 사옥 주변이 노점상들의 점유로 몸살을 앓고 있고 있어 건물을 관리·운영하기 것이 여러모로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자비를 들여 정원을 꾸미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아리움 사옥이 문화재로 등록되면, 정 대표는 건물과 함께 서 산부인과 시절 병원에서 태어나고 진료받았던 지역 주민들의 기억과 경험도 소중히 기록하고자 하는 계획 또한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준공 50주년을 맞아 한양도성, 광희문, 동대문디자인 플라자 등 주변의 역사문화 자원을 안내하고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센터로 꾸미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4년에는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공간 사옥’(등록문화재 제586호)이 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며, 문화재의 영역이 현대 건축물로까지 확장된 바 있다.
 
 
 
아리움 사옥 모습.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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