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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굿바이 한총련

⑤노래로 배우는 북한

2017-02-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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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을 기점으로 학생운동은 완전히 날개가 꺾인다. 이른바 이적단체, 종북단체로 규정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공안과 이데올로기 탄압을 받는다. 검경은 대대적으로 학생주동자 검거에 나서며 캠퍼스 안으로 사복경찰이 들어오고 학생프락치가 늘어나게 된다.
 
실제 학생들은 학교근처에서 밥을 먹다가 잡혀가는 경우도 있었고 학교안에서 끌려가는 경우도 많았다. 
 
시골이나 집에 은거하다 부모 앞에서 잡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점점 작아지는 학생운동 조직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DJ가 당선된 이후 사실상 내부적으로 붕괴직전까지 몰린다. 말그대로 한줌정도의 조직만 남게된다.
 
이밖에 반운동권 세력도 득세하게 되고 운동에 염증을 느끼거나 종북운동의 진실을 전파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이밖에 순수 학구파 학생들이 하나둘 전국의 총학생회를 장악하는데 90년대말에 힙합동아리가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는 등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내가 대학을 들어간 1999년에는 당시 반운동권과 운동권, pd계열, 학구파계열 등이 치열하게 총학생회를 장악하기 위해 싸웠다. 투표함을 두고 싸우기도 하고 서로 투표준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고발하는 등 이권싸움의 모습을 보였다.
 
반올림이라는 반운동권이 처음으로 운동권을 밀어내는 일이 1999년도에 발생했다. 한총련계열 학생들은 '조국통일위원회'라는 명칭으로 여전히 활동했으며 각 단과대학과 학과, 학부 학생회장들을 여전히 장악해 지지기반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이후년도부터는 다시 한총련계열이 모두 차지하게 됐다. 조직력은 단일대오였다.
 
90년대 중후반에는 캠퍼스에도 낭만적인 투쟁가가 많이 만들어져 이미지 변신을 한다.
 
우리는 어둠을 지우고 빛나는 별하나 그릴 수 있어
하늘도 땅도 모두 지우고 새로 그릴 수 있어
 
우리는 비겁을 지우고 진정한 용기를 그릴 수 있어
아픈 기억도 모두 내일의 희망으로 그릴 수 있어
 
세상은 내게 무릎꿇라 하지만 난 너를 바꿔야 겠어
이 길에 내가 상처입는다해도 결코 멈출거라고 생각하지마
 
손을 잡고 함께 싸워가면 더 아름다운 미래가 있어
비록 우린 작은 힘이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어
 
우리의 청춘을 걸고
 
-빛나는 청춘
 
대략 2007년도정도까지 한총련 계열 총학생회장, 단과대학 회장 등은 수배자로 학교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365일 학교안에서 숙식을 했다. 거의 수배자들만 남고 주변사람들은 졸업을 하거나 포기하거나 지쳐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상당부분 끝까지 같이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남겼다. 2001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되면서 잠깐 한총련이 탄력을 받기는 하지만 그 이후에도 수배는 계속됐다. 학생들은 지쳐갔다. 중도에 자수를 하거나 잡혀가거나 하면서 사실상 2007년 전후를 기점으로 붕괴된다.
 
학생운동을 끝내고 사회활동가로 사는 사람도 많다. 대부분 수배생활을 겪거나 투옥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농민단체나 노동단체 혹은 진보당으로 흘러들어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나이가 꽤차 총선때 선거판에도 끊임없이 나오면서 성과를 전혀 올리지는 못했지만 결국 이석기, 김재연 두 명의 국회의원을 정치권에 집어넣는 전략적인 성과를 올리기도 한다.
 
햇살 쏟아지는 아침에 싱그런 공기를 마시며
가슴벅찬 마음을 안고 등교길을 달려갔지
 
꿈으로 부푼 대학생활들 어딘가에 숨어있겠지
강의실에 숨어있을까 도서관에 있을까
 
그러나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 걸
스무살 내청춘 너무나도 아쉬워
 
햇살쏟아지는 거리에 희뿌연 연기가 날리고
한걸음 더가는 동지들
통일되는 그날까지
 
참다운 대학생활이란 동지들과 함께하는 것
생활 학문 투쟁의 모습. 내 청춘을 만드는 것
 
-새내기의 꿈
 
가끔 요즘도 투쟁의 현장에서 옛 선후배의 모습을 보고는 한다. 그들은 여전히 뜨거운 것 같다. 어떤 삶을 사는지는 내가 판단할 것이 아니다. 나는 겁이 많았고 돌아섰으며 이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
 
난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렸다고 생각할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인데. 이기면 왕이고 지면 역적일 뿐이다. 우리는 거기 있었고 함께 어울렸으며 어깨동무하고 지낼때 정말 좋았다. 그때 정말 너가 좋았다. 넌 정말 멋졌었다. 너무 뜨거워서 눈부셨다. 그래 그거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한총련은 2010년 정도까지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가 한대련이라고 하는 비운동권과 운동권이 섞인 듯한 새로운 조직이 탄생한다. 신세대 눈에 맞춰진 새로운 운동 트렌드라고 보면된다. 한총련은 결국 한대련에 완전히 흡수돼 사실상 해체된다. 사회로 나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종북운동은 겨우 이어지게 된다. 
 
현재의 학생운동은 정유라 이대사태처럼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거나 학생신문사나 혹은 사회단체와 연대해 이슈별로 소규모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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