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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ICT 융합 혁명 시대, 법과의 조화는 과제"

김승한 변호사

2017-0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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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당시로선 획기적 기술혁신을 이루며 단숨에 사회와 경제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그리고 수세기가 지난 현재, 인류는 또 한번의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4차산업혁명'. 기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또 한번의 작업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차세대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활용하는 만큼 ICT 기술활용에서 오는 개인 및 사회적 우려도 뒤따른다. 김승한 변호사는 컴뷰터학과를 졸업해 법학전문 석사를 취득 후, 다시 공학석사과정을 걷고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2가지 분야의 길을 걸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4차 산업과 관련된 이슈에 적합한 인물이 된 그를 만나 새로운 시대의 변화와 법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컴퓨터학과 학사 출신인데 어떻게 변호사를 하게 됐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IT를 전공한 변호사 숫자도 매우 적지만 그 중에서도 IT법 분야를 다루고 있는 변호사 수는 더 적다.
 
전공인 정보통신기술 자체도 좋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의 변화에 더 큰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PC통신과 인터넷을 접하며 자란 세대인만큼 빠르게 변화한 사회의 모습을 민감하게 체험했다.
 
때문에 공학도로서 법에는 문외한이었던 당시 사회를 규율하는 '법'에 관심을 가지게 돼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IBK기업은행 정보보호부서에서 근무하는 등 주로 IT와 관련된 법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승한 변호사는 컴뷰터학부를 졸업해 법학전문 석사를 취득 후, 다시 공학석사과정을 걷고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2가지 분야을 걸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4차 산업과 관련된 이슈에 적합한 인물이 됐다. 사진/김승한 변호사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생각하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사회질서들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 이미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4차 산업혁명을 향한 변화는 시작됐다.
그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정보의 민주화'라는 관점을 꼽을 수 있다. 정치와 문화, 산업 등 사회의 모든 영역의 큰 변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대통령과 비선실세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도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확산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국민적인 의견이 모아지기 힘들었을 것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변화의 정도도 정도지만 특히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한 것은 사회적 변화의 속도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제는 그 속담에서의 변화주기를 5년 정도로 줄여할 정도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확산은 불과 6년여 만에 전 세계를 바꿔놨다. 그 결과 국경도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소위 '구글세' 이슈라든지, 애플, 구글과 국내 기업들과의 역차별 이슈 등도 정보통신기술이 국경이 허무는 과정에서 우리의 기존 법과 사회질서가 겪는 새로운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사회변화에 법이 끌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같은 IT와 직접 관련된 법 영역은 그 때 그 때의 사회적 현상에 반응해 매년 한 두 차례씩 개정되고 있어 법을 지키는 입장에서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예측가능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의 민주화란, 그리고 이 부분이 어떤 변화들을 일으켰는지.
 
말그대로 정보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장년층이 젊은 시절만해도 어떤 전문분야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시중에 나온 일부 저명한 교수 등의 서적 정도를 접할 수 있는 정도였다. 최근에 인터넷 검색으로 5분이면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개인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킨 것이다. 활판인쇄술의 발전으로 성경의 대량 출판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종교개혁이라는 큰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 15세기였던 것을 생각하면, 인쇄를 통한 정보가 전달되는 시대에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는 시대로의 발전이 얼마나 빠르고 크게 사회를 바꾸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기술로 인한 정보의 민주화, 즉 개인간의 정보 습득의 격차가 줄고 있는 상황은 사회 전 영역의 민주화로 이어지게 된다.
 
IT 산업을 예로 들면 이제는 과거와 같이 Microsoft나 Adobe 같은 대기업에서만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는다. 거대기업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에 많은 개인이나 작은 기업들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생산하여 올리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 셈이다.
 
이는 산업적 관점에서도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예다. 최근의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운송업, 숙박업 등에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돼 발전하고 있는 '공유경제'도 기업은 플랫폼만 제공하고 실제 서비스제공자는 일반인들이 되는 민주화된 형태의 경제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화 시대에 따른 사회 변화 깊이와 속도의 강도가 세짐에 따라 부작용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된 법적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역시 '개인정보 이슈'다. 사실 개인정보가 무엇이고 그 연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학설적인 논란과 논의도 많지만 확실한 점은 개인정보 이슈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사회적인 문제로 크게 대두되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기술가 발전함에 따라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업 등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양도 커지는 한편 이에 대한 해킹 등의 공격기술도 발전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의 개인정보의 유출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게 되고 이로 인한 해당 정보주체들의 정신적 피해는 물론 보이스피싱, 스팸메일 등 추가적인 범죄에 악용되는 등 2차 피해까지도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싱, 파밍 등을 통한 금융사기, 온라인 상에서의 명예훼손, 사이버 불링 등의 사회문제도 겪어오고 있고, 갈수록 고도화되는 해킹기술도 정보기술 발전으로 인한 대표적인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음란물 등의 불법정보가 기존보다 훨씬 빠르고 널리 퍼지는 등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정보화시대 가장 큰 부작용으로 개인정보 이슈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로 크게 대두되었다는 점을 꼽았다. 사진/김승한 변호사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우리 법은 어떻게 변화될까.
 
거시적으로 보자면 정보통신기술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은 법의 기본 원칙마저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세돌 9단을 비롯한 유수의 바둑기사들을 제압하고 있는 알파고로 유명한 인공지능 기술(AI), 포켓몬고로 이슈가 되고 있는 증강현실(AR), 그리고 곧 전 산업영역에 지대한 변화를 이끌 사물인터넷(IoT)까지.
이러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 가장 큰 특징이 있다. 이는 우리 법체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본질적인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화된 의사결정 행위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에 대한 문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2020년경에 상용화된다고들 하는데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도 문제다.
 
기존의 법질서에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완전히 새로운 상황을 억지로 대입하려고 한다면 분명히 매우 어색한 결론에 이를 것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의 발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로 법에 접근하여서는 매우 큰 사회적인 혼란과 맞닥뜨릴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들 간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민사법(民事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권리'라는 개념에 대한 도전도 있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인정하듯 인터넷은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 등을 기본으로 하는 매체다.
 
이러한 인터넷의 특성은 무형의 가치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과 본질적으로 충돌할 여지도 있다.
 
 
-기존 법질서와 정보기술 발달의 간극으로 인한 혼선을 최소화 시키기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법적인 측면에서는 인터넷으로부터 시작돼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변화와 혁신의 물결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혁명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사회의 근간에 대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법은 과거의 틀에 새로운 현상을 포섭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응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인터넷 본인확인제의 위헌판결, 여전히 논란의 대상인 온라인게임 강제셧다운 제도 등과 같이 부자연스러운 입법을 야기했다.
 
특히 우리 법에서는 외국의 입법례나 판례 등을 많이 참고해 왔었는데, 각기 법체계가 전혀 다른 미국의 예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예를 함께 참고함으로써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지나치게 독자적인 입법 등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나서도 안되고 외국의 법체계를 참고함에 있어서 각 영역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도록 하여야 하는 등 미래의 법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크나큰 숙제다.
 
이를 위해 사회 전체적인 합의를 위한 토론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연구 등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가 매우 다분화돼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일률적으로 사회를 재단하고 규율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각 분야의 IT기술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보면 단순히 여론을 의식하는 입법 또는 행정적 조치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법 적용예들을 찾을 수 있다.
 
기술 자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산업에 활용하여 국가의 먹거리를 창출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키는 것도 매우 큰 과제라고 할 수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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