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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딱 한잔만 하자

"이모 여기 3000cc요~"

2017-02-22 11:24

조회수 :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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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회식이라는 문화가 많이 사그러든 것 같다. 새벽까지 죽도록 마시자는 분위기가 아니고 세계맥주 한두잔 정도 하거나 문화회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술을 마셔도 살짝 취할 정도로 마시거나 주당들만 따로 삼삼오오 모이는 편이다. 예전에는 여직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피자회식을 했지만 결국에는 끝나고 술을 마셨다.
 
연극회식을 해도 끝나고는 술을 마셨다. 요즘에는 김영란법도 한몫해서인지 회식문화도 바뀌고 더치페이도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회식을 권유할때 "딱 한잔만 하자"라고 꼬신다. 사실 조직 분위기를 업시키는데 회식만큰 좋은게 없다. 딱 한잔은 1000cc정도되는 잔을 기준으로 딱 한잔이다.
 
딱 한잔의 유래는 어디서 나왔을까? 이건 내주장이다.
 
선조가 송강 정철에게 "딱한잔만 하자"고 어명을 내렸다. 정철은 조선역사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주당인데 너무 술을 좋아해서 가끔 문제를 자주 일으켰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폭음을 즐기는 정철은 아침회의때 옷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할 정도로 뒤뚱뒤뚱 걸으며 참석하곤 했다.
 
술냄새는 기본이었다. 가끔은 술먹고 죽어서 하루종일 걸걸대며 출근도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정철이 영의정에 올라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모두들 정철에 대해서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철은 일을 너무 잘했기 때문이다. 실제 까다로운 일이나 어려운 일은 대부분 3일 밤낮 껴안고 낑낑댔지만 정철은 반나절이면 다 해냈다. 심지어 술이 덜 깨도 일을 척척 다 해내 선조의 신망을 얻었다. 다른 관리들이 다 마다하는 일도 혼자 다 해냈다. 지독한 주당임에도 일을 정말 잘해 선조도 딱히 뭐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루는 선조가 정철을 너무 걱정해 "정철아 너 그러다 죽을 것 같으니 어명을 내리겠다. 이 잔으로 앞으로 한잔만 먹거라"라고 했다고 한다. 은잔이었다. 정철은 그 어명을 받들었다. 하지만 잔이 너무 작았다. 보통 말통으로 마시는 정철에게 은잔 하나라.
 
이건 내생각이지만 아마 정철은 은잔을 살짝 녹여 숟가락으로 팍팍 펴 최대한 크게 만들어서 한잔을 먹지 않았을까 싶다. 그럴 사람이다. 그것도 한잔이고 어명이니까.
 
정철은 말년에 관리를 그만두고 술을 실컷마시며 풍류를 즐기다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지으며 조선 최대 문장가로 살다 별일없이 천수를 누렸다. 선조가 술을 못마시게 해 그만뒀다는 얘기도 있다. 정철은 율곡과도 친했다.
 
정철은 술을 좋아해 시도 지었다. 장진주사라고 이백의 장진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덧없는 인생 술이나 마시자고 노래했다. 삶을 대하는 아주 좋은 자세다.
 
정철은 선조의 눈엣가시였던 정여립을 제거하는데 일등공신이 된다. 정여립은 대동계를 조직해 사실상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파격적이었다.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이라는 영화에서 차승원과 황정민이 스승 정여립을 두고 논쟁을 벌이며 치고박고 싸운다.
 
선조는 정여립이 만든 공동체마을을 습격해 모두 목매 죽인다. 이 이야기는 고향의 전설에서도 나온다. 당시 정여립역은 김갑수씨였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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