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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International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2017-02-22 17:38

조회수 :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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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스라고 하는 영화가 있다. 너무 인기없고 지루해서 제목이 바운스인지 무슨무슨 바운스인지 헷갈릴 정도다. 영화는 일본영화다. 내용은 사회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15여년전에 아주 잠깐 개봉하고 사라졌다. tv로도 안하고 케이블에서도 못본다. 내용은 지금의 한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방관하는 한국의 속살이라고 할까?
 
당시 일본의 9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영화인데 잘나가는 샐러리맨들이 단란하게 노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노래방 도우미처럼 생긴 소녀들이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옆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같이 불러주고 술도 따라준다. 재밌게 잘논다. 과장은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대리는 취해 혼자 벽보고 얘기한다. 모두들 다 떡이 돼 쓰러지고 리더로 보이는 머리가 희끗한 남자와 소녀가 마이크를 잡는다.
 
남자는 가라오키(가라오케 아님)를 뒤적이다. 인터내셔날이라는 노래를 본다. 추억에 젖어 노래를 부르려다 옆에 소녀는 알턱이 없으니 그냥 가요를 뒤적인다. 아니다. 소녀는 그 노래를 안다고 답했다.
 
그 남자는 당황했다. 읭? 느가 어또케 인또내쇼놀 노래룰 아눙공?이라며 꽐라로 물었고 소녀는 그냥 안다고 했다. 정말 많은 아저씨들이 그 노래방에서 불러재꼈다는 뜻이다. 
 
남자는 한숨을 크게 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소녀와 함께 정숙한 마음으로 인터내셔날가를 불렀다. 반주없이 모두 술에 취해 쓰러진 가운데 구슬프게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그는 소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인터내셔날가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아진 시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노래는 산업혁명 당시 기계처럼 부서지고 죽어가던 노동자와 어린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노래였다. 훗날엔 소련의 국가로 불리기도 했고 스페인 프랑코 독재에 총을 들고 싸울때도 불리는 등 독재와의 전쟁을 벌일때 자주 불리었다.
 
세계 각 나라 언어로 모두 번역돼 불리었다. 노래의 주제는 말 그대로 '노동자여 단결하라'이다. 아마 좌파들의 국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많은데 직접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은 한국에 좌파가 없다는 뜻이다.
 
어쨌건 바운스 영화의 끝은 철없는 소녀들이 마트에서 카트나 좀 끌다가 골목에서 담배도 좀 피고 결국엔 갈곳이 없어 단란하게 노는 곳에 처박혀 노리개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인터내셔날가를 목놓아 불렀던 나이 많은 아저씨를 만나 세대가 다른 두명이 같은 인터내셔날가를 부른다는 슬프디 슬픈 내용이다. 우리 아이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며 싸웠던 노동자는 사실상 패배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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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굴뚝청소하기 좋겠네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부를 안겨다주었다. 하지만 당시 노동자들과 아이들은 산송장과 다름없었다. 초기 산업혁명기에는 커다란 기계에 껴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인간취급을 못받았다. 방직기계안에 들어가서 엉킨 실을 뽑느라 바늘에 찔리고 손이 껴서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기계에 압축돼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계속 일을 시켰다.
 
특히 석탄을 많이 때서 굴뚝이 막히면 모두 어린아이들의 몫이었다. 굴뚝을 뚫는 기술이나 기구가 없어서 직접 아이들을 집어넣었다. 줄에 매달아 굴뚝 위에서 아래로 보내 청소를 시킨 것이다. 얼굴은 물론이고 석탄찌꺼기를 입으로 모두 마셨다.
 
지금 돈으로 한 2달러 주고 그런 일을 시키는 인력용역소가 득실댔다. 아이들의 상당수는 골목에 껴서 죽었다. 그러면 재수없는 일로 치부되던 시대다. 고아들이 대부분 그렇게 죽어갔다.
 
산업혁명은 노동자들을 필요로 한다. 영국은 농민들의 땅을 빼앗거나 불을 질러 황폐화시켜 부랑자로 만들었다. 그 부랑자들을 도시로 내몰아 노동을 시켰다. 이를 거부해 거리를 떠돌면 얼굴에 '추노'처럼 불을 지지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렇게 황폐화된 도시에서 아이들은 방황하며 쓰리꾼이 되거나 도둑이 된다. 빅토르 위고의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소설은 그 시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초등교육은 이 아이들에게 물건 갯수나 계산을 하도록 하기 위해 처음으로 시작됐다. 공교육의 시작인 것이다. 아이는 도구에 불과했다.
 
칼 맑스가 자본론을 쓴 것은 이렇게 죽어가는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서였다. 그는 아이들을 사랑했으며 이렇게 말도 안되게 죽어가는 사건들을 보면 격분했다.
 
자본론 1권은 효용가치와 노동가치에 대한 이론이다. 2권은 노동자와 아이들을 공장에 투입시키기 위해 각 나라정부가 법을 어떻게 만들고 뜯어고쳤는지를 폭로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부르주아의 오만함을 고발한 것이다.
 
인터내셔날가는 이때쯤 만들어졌다. 프랑스 혁명이 터지고 여기저기서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것은 노동자들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으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것이다. 레미제라블에서는 어린아이들도 깃발을 들고 총을 쏘는데 모두들 죽기전에 인터내셔날가를 부른다.
 
전세계에서 어린이날이라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한국은 5월5일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이날을 어린이날로 정하셨다. 5월5일은 맑스의 생일이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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