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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핀테크육성)②당국 "신뢰도 높아졌다" 자평하지만…"구태행정·복지부동 여전"

핀테크지원센터 유명무실…P2P금융·블록체인은 사전규제로 정체…인터넷은행도 졸속 추진

2017-0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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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핀테크 육성 3년차를 맞아 <뉴스토마토>가 진행한 핀테크 정책 만족도 설문 조사에서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전문가 등이 '낙제점'을 준 원인으로는 금융당국의 보여주기식 구태 행정과 보수적인 규제 접근에 따른 부처간의 엇박자, 입법기관을 무시한 채 핀테크 정책을 추진하고 보는 조급증이 꼽히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핀테크 기업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현장에서 핀테크 육성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한 결과와도 상반된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인 금융개혁에 대한 자체 평가가 '자화자찬'이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익명 설문받으니 업계 불만 쇄도…금융위 자화자찬도 '도마'
 
앞서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육성 2년차를 맞아 '2016년 핀테크 육성 성과 점검을 위한 FGI 결과'를 발표하면서 핀테크 기업, 금융회사, 전문가 그룹들의 핀테크 육성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의 설문 평가 결과에서는 특히 여러 핀테크 육성 정책 중 낯선 금융제도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금융회사와의 연계를 지원하는 등 핀테크지원센터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또 금융당국의 규제개선 노력이 금융회사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내 성과평가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제언을 붙이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을 연계시키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설문 참가자에 대해 심층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점수화 한 수치는 없다"며 "한국리서치와 금융연구원에서 주관했고, 금융위가 자체 평가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핀테크 기업 및 은행·카드 등 핀테크 전담 부서의 실무자들은 금융당국의 보여주기식 구태 행정과 복지부동 일변도의 태도가 핀테크 산업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정책 성과로 꼽히는 핀테크지원센터 역시 금융위원회 주도로 설립됐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사에서 파견된 인력들을 위주로 센터를 꾸리다보니 금융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은행·카드·증권 등 금융업권별 담당자가 자주 교체되면서 법률상담, 해외진출 등 사업 컨설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융합 산업으로 꼽히는 핀테크 산업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는 전문가들이 정책 지원 분야에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그동안 '사전적 규제'를 '사후적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사전적 규제' 기조 일변도 역시 핀테크 산업 발전의 장애물로 꼽힌다. 핀테크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을 가졌더라도 진입 규제의 문턱이 높으면 그동안 준비해온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여전한 사전규제, 정부 부처간 엇박자" 지적
 
대표적 핀테크산업인 P2P대출 부문의 경우 사전적 규제로 인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P2P대출도 금융산업의 일부인 만큼 소비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진입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P2P금융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고액 투자 고객을 순식간에 잃게 된 업계에서는 시장 진출하기도 전에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P2P금융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반 개인투자자는 앞으로 연간 P2P업체당 1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됐다.
 
하지만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P2P업체 대출액 중 1000만원 이상 투자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가이드라인이 아직 본격 시행되지 않았지만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P2P대출업체 2곳이 잠정 휴업에 들어갔고, 올 들어 한 업체는 직접투자사 형태로 아예 업종을 변경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블록체인 등 미래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부문도 규제 방식을 두고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를 보이거나 업권 간의 이해관계 충돌을 조율하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본인 인증 개발은 금융위원회가 포함된 범금융권 공동인증 태스크포스(TF)가 이달 초 출범했지만, 은행업권과 증권업권이 각각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대형 금융사 등 민간 주도로 구성된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핀테크 정책을 기획하고 각 금융협회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각 업권이 따로 인증서를 만들면 호환이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핀테크 옥동자'라고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반쪽짜리로 겨우 출범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중으로 영업 개시를 아푸고 있찌만, 사업성을 뒷받침 해줄 만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정책 만족도가 매우 낮게 나왔다.
 
당초 금융당국이 추진한 인터넷은행은 기존의 금융사보다는 IT 기술이 최우선으로 기반이 돼야 하기 때문에 IT기업이 대주주가 되도록 했었으나, 현재 출범을 앞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기존 시중은행 등 금융자본이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율을 50%까지 허용하는 '은산분리 완화 규정'을 설립 기준으로 정했지만 은행법 개정 문제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국회가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이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인터넷은행 공청회에서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본인가를 내줄 때 현재 은행법에 따라 본인가 심사를 했어야 하는데, 은산분리가 완화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사업자들에게 본인가를 내줬다"며 "금융위원회라는 정부기관이 입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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