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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삼성·CJ 상속분쟁 '악몽'

CJ 전 직원,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 촬영 지시…삼성, 속으로는 '부글부글'

2017-03-08 18:17

조회수 : 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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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과 CJ간 악연이 재연될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사람이 CJ 계열사 전 직원으로 드러나면서 삼성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CJ 측은 회사와 무관한 개인범죄라며 철저히 선을 긋지만,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전력해야 하는 삼성은 당장 특별한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오랜 갈등을 딛고 협력의 길로 나아가던 터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동영상은 과거 CJ와 삼성 간 갈등이 최고조였던 시기에 촬영돼 CJ 측이 그룹 차원에서 관여한 게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 삼성과 CJ간 대한통운 인수전 갈등이 불거졌던 2011년부터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동생인 이건희 회장간 상속분쟁 소송이 있었던 2013년 6월 사이 5차례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8일 “그룹 차원에서 연관됐다면 검찰에서 관련자를 불러내지 않았겠느냐”며 “연관된 것처럼 외부에 비쳐져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동영상을 사겠냐는 제안이 있었다. 이용하려고 했다면 그때 샀을 것”이라며 “그룹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고 삼성 측과 사이가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제의 직원은 CJ제일제당 고참 차장급으로, 지난달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이달 3일 퇴사했다. 그의 동료였던 한 관계자는 "승진을 위한 잘못된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애써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전념하느라 여력이 없는 데다, 대응을 주도할 미래전략실도 해체됐다. 오히려 불미스런 동영상 의혹이 재부각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한편으론 임직원들 사이에서 괘씸해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과거 미래전략실 소속 한 관계자는 "충격이었다"며 "대응에도 정도가 있는데, 수위를 넘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CJ간 갈등이 재발할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삼성과 CJ 측은 과거 갈등이 일단락된 후 단절됐던 거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해 왔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아직 협력사업 규모가 크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J대한통운이 삼성SDS 물류 스폿성 거래물량을 일부 맡아왔고, 삼성전자가 CJ 계열사들과 콘텐츠 제휴 거래를 늘려가던 수준이다.
 
양측의 오랜 갈등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장남(맹희)이 아닌 삼남(건희)을 후계자로 선택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전에도 1960년대 사카린 밀수 사건과 차남 이창희 한국비료 상무의 투서 등의 논란과 다툼이 있었다. 이를 발단으로 부친과 대립하던 이맹희 회장은 한때 삼성그룹 내 17개 직함을 갖고 있었으나, 1976년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그룹에서 밀려났다.
 
1993년에는 CJ 전신인 제일제당이 삼성에서 분리하면서 갈등이 재연됐다.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인 이학수씨가 1994년 CJ 대표이사로 발령됐다가 당시 이재현 제일제당 상무의 반발로 한 달 만에 물러나는 등 부침을 겪었다.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는 삼성과 CJ가 서로를 비난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그해 6월 국세청은 이맹희 회장 등 삼성가 형제들에게 이병철 회장 차명재산의 실명 전환 관련, 상속을 포기하는 것인지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삼성 측은 즉각 이재현 CJ 회장 측에 상속 포기 각서를 요구했지만 합의서에 회신하지 않았다.
 
이후 2012년 2월 이맹희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100억원 규모의 상속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소송 중에는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가 적발돼 CJ 측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심지어 선대회장 추모식 때는 양측이 따로 제사상을 차리며 으르렁댔다. 삼성전자가 CJ 측에 맡겼던 물류 계약을 중단하고, 방송법 개정안 문제로 삼성이 ‘CJ특혜법’을 주장하며 반대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소송은 2013년 2월 1심과 2014년 2월 2심에서 모두 이건희 회장이 승소했다. 결국 이맹희 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며 세기의 소송은 끝이 났다.
 
2014년 8월 삼성 일가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던 이재현 회장을 위해 탄원서를 내면서 양측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CJ 고문이 백방으로 요청해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이 탄원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5년 8월14일 이맹희 회장이 별세하자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등이 장례식을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모든 갈등의 불씨가 '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재벌을 향한 여론도 극도로 악화됐다.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자식들에게 차명주식을 각각 나눠졌다. 괘씸죄에 걸렸던 이맹희 회장도 부인 손복남 고문과 이재현 회장이 차명주식을 대신 받았다. 2008년 삼성 특검 때는 4조5000억원 규모의 이건희 회장 차명주식이 드러났다. 이맹희 회장이 소송을 걸었던 문제의 재산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상속세를 내지 않은 부분에 대해 사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도 2015년 세무조사 과정에서 차명주식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70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지만 검찰 고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후속조사를 벌여 이달 6일 차명주식 소유사실을 허위 공시한 신세계 소속 3개사에 총 5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회장은 경고 수준에 그쳤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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