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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탄핵소추사유 하나만 인정돼도 인용

헌법 위반 중대성이 핵심

2017-03-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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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중요한 것은 각 탄핵소추사유마다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헌법·법률상 중대한지 여부다. 헌법재판소 재판부는 국회탄핵소추위원단 측이 탄핵소추안에 적시한 각 사유마다 인용 또는 기각을 판단하게 된다.
 
탄핵소추사유를 살펴보는 본안 판단에 앞서 헌재는 대통령 측이 제기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절차의 적법성 판단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초기 탄핵소추의결 절차는 문제 삼지 않았지만 김평우 변호사 등 탄핵심판 후반부에 합류한 일부 대리인들이 이 같은 절차 흠결을 주장해왔다. 쟁점은 ▲국회 법제사법위위원회 조사절차를 위반 ▲13가지 탄핵소추사유 일괄 의결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에 대해 절차적 적법성을 인정하고 본안 판단으로 넘어갈 것이 유력하다. 국회 법사위 조사절차는 필수 사항이 아닌 임의적 선택 사항이다. 소추사유별로 심의·의결할 것인지 여부 또한 국회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고 소추사유별로 의결하지 않아도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 판례다. 법무부도 “탄핵심판은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 요건을 충족하고, 헌법재판소에 적법한 소추의결서 정본이 제출됐으므로 적법 요건은 일응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8인 재판관 결정은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이른바 심리정족수 규정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을 게 확실시 된다.
 
본안 판단에서는 탄핵소추사유별로 탄핵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하게 된다. 헌재는 13개의 탄핵소추사유를 5개로 유형화했는데, ▲비선조직에 따른 인치주의(법치주의 등 위반) ▲대통령 권한남용 ▲언론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를 포함한 형사법 위반이다.
 
먼저 비선조직에 따른 인치주의 쟁점에서는 헌법상 대의제의 원리인 민주주의 및 국민주권, 법치주의 위반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는 검찰과 특별검사 수사 결과 박 대통령과의 40년 지기 인연을 앞세워 국정 전반을 농단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공직자가 아닌 사인인 최씨에게 이 같은 국정농단 범죄행위에 공범으로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적 시스템인 법적 의사결정이 아닌 비선실세를 통해 비공식적 의사결정이 법치주의를 위배했는지 재판부가 중점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권한남용 쟁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사실관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문제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좌천성 인사조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가 출전한 승마대회와 관련해 승마협회 감사를 문제 삼아 문체부 국장 등 2명을 좌천시킨 것에 대해 헌법상 직업공무원제 위반 및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가 쟁점이다. 미르·K재단 설립에서 박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대기업에 재단 출연을 강요해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는지도 헌재가 판단할 대상이다.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쟁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돼 있다. 이진성 재판관은 탄핵심판 첫 번째 준비기일에서 박 대통령 측에게 “문제되고 있는 7시간 동안 피청구인(대통령)이 청와대 어디에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들을 시각별로 밝혀달라”고 요구할 만큼 세월호 관련 의혹 해명에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국회 측은 이 쟁점과 관련 헌법 69조(대통령 선서조항)가 말하고 있는 직책성실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대통령이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 헌재가 판단하게 된다. 특히 국가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재난에서 대통령을 파면에 이를 만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종의사결정권자로 볼 수 있는지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언론자유 침해 쟁점에서 주된 사실관계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보도 후 세계일보 사장 해임 등 일련의 사태에서 박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헌재는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이 헌법상 보장돼 있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판단하게 된다.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쟁점에서는 형사법 위반이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할 만큼 중대한지 여부가 핵심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서 직권남용 범죄와 공무상비밀누설 범죄 등에서 공범으로 지목됐다. 특검 수사에서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함께 뇌물죄 피의자로 조사됐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해서는 헌법질서 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중대성 판단기준으로 뇌물수수·부정부패·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를 예로 들었다.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 행위를 어느 정도까지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로 판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탄핵소추사유 가운데 1가지만 인용되고, 6명 이상의 재판관이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 위반을 했다고 판단해도 박 대통령은 파면된다. 박 대통령이 파면을 피해 대통령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탄핵소추안에 쓰인 탄핵소추사유 모두가 기각돼야 한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위배했다”며 “국민에 대한 신임 위반은 너무나 중대하다.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해야 할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확인된 사실만 봐도 대통령에게 직무수행을 허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게 대다수 시각”이라며 “국민 다수가 나름의 근거로 판단해 직접선거로 뽑은 박 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사실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결코 국정운영에 비선조직이 관여토록 한 사실이 없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40년 지인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지극히 일부 의견을 들어 국정운영에 아주 조금 참고로 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일찌감치 탄핵심판을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17차례 공개 변론을 거쳐 드러난 사실관계를 통해 헌재가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의 중대성을 인정할지 주목된다. 10일 오전 11시 헌재가 그 답을 내놓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오후 경찰이 청와대 정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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