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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박근혜 파면)김이수·이진성 "'세월호' 대통령 의무 위반"

"직책수행·성실의무 위반…파면 사유는 안 돼"

2017-03-1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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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소추사유에 대해 10일 헌법재판소는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가운데 일부 재판관은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피청구인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다수 의견과 같다"면서 "우리는 피청구인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므로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오전 9시40분쯤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는데,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매뉴얼은 최상위 단계인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 발령 시에는 대통령실(위기관리센터)과 사전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며 ". 따라서 국가안보실은 오전 9시40분 이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고, 피청구인이 집무실에 출근해 정상 근무를 했다면 당시에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이 오전 10시쯤 보고받은 내용을 보면 늦어도 오전 10시쯤에는 매우 심각하고 급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따라서 피청구인은 늦어도 오전 10시쯤에는 세월호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거나 조금만 노력을 기울였다면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후 3시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재판관 등은 "피청구인은 오전 10시15분쯤과 22분쯤 국가안보실장에게, 10시30분쯤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주장하나, 통화기록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통화가 실제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시 해경청장은 오전 9시53분쯤 이미 특공대 투입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피청구인이 실제로 해경청장과 통화했다면 같은 내용을 다시 지시할 수 없을 것이므로 특공대 투입 등 지시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와 그 가족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국가위기가 발생해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를 통제·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라며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16일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그러나 피청구인은 그날 저녁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며 "그 결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된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그에 대한 피청구인의 대응은 지나치게 불성실했다"며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헌법 제69조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은 이날 주문에서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며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해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고 선고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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