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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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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영의 스포츠란) '사생아' 미르·K스포츠 졸속 해산 안 된다

2017-03-12 14:57

조회수 : 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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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10일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8인 전원은 최순실 사인의 이익을 위해 그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중대한 법 위배행위이며, 소추사유와 관련한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에서 헌법수호 의지가 보이지 않아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봤다. 단임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헌정사의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탄핵에서 주된 소추 사유 중의 하나는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것이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은 미르와 K스포츠는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위한 것이었고 대통령이 미르와 K스포츠 설립을 지시하고 최순실의 운영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행위는 최순실의 사익을 위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봤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문화융성을 위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와 K스포츠는 사실은 최순실의 사익을 위한 '플랫폼'이였고 박근혜 정부 문화정책의 '사생아'인 셈이다.
 
미르와 K스포츠는 대통령 탄핵으로 그 명을 다할 것인가. 미르와 K스포츠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14일 미르·K스포츠 관계자들의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이 설립허가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하여금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전에 청문을 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특검이 지난 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삼성의 미르·K스포츠 출연금 204억 원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고 두 재단의 모금 관련자들을 기소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는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를 규정한 민법 조항(제38조)을 근거로 미르·K스포츠의 존재 자체가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봐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조치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위 민법 조항에서 공익을 해하는 행위란 법인의 기관이 직무 집행으로서 공익을 침해하거나 사원총회가 그러한 결의를 한 경우를 의미한다. 목적과 활동이 불법이며 당해 법인의 행위가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으로 공익을 침해하는 것을 전제로 법인 소멸이 정당한 법질서 회복의 수단으로서 긴요하게 요청돼야 한다. 미르·K스포츠의 설립이 대통령의 강요 또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에 의한 기업들의 출연으로 이뤄졌고 특정 개인이 그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해서 미르와 K스포츠의 존재 자체가 공익을 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법인 설립허가취소는 법인을 해산하여 법인격을 소멸하게 하는 사람으로 따지면 사형에 해당하는 제재처분이고 헌법이 보호하는 결사의 자유와 재산권에 관련돼 엄격한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강간으로 출생한 사생아라 하더라도 그 생명을 함부로 다룰 수 없다. 아직 관련자 혐의가 유죄로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르와 K스포츠를 억지로 서둘러서 없애려는 처사는 미르와 K스포츠 설립허가를 졸속으로 내준 모습의 재연이다. 나중에 유죄가 확정되면 미르·K스포츠의 재산은 몰수될 수 있으므로 재산 보전과 이를 위한 철저한 관리·감독은 있어야겠다. 더 나아가 출연자의 의사와 사회적 공론을 바탕으로 사생아의 낙인을 떨쳐버리고 공익 법인으로 환골탈태할 방안은 없는지 고민도 필요하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dy6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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