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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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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사이클의 붕괴)③저유가의 덫에 걸린 수주업

중국 도전마저…한국 조선업 최대위기

2017-03-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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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수주업이 '저유가의 덫'에 갇히면서 장기 불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조선업은 해양플랜트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유가 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봤다. 건설업은 해외수주가 저조하다. 저유가 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글로벌 저성장과 분업구조 붕괴로 인한 교역 감소도 우려된다. 제로섬게임 속에서도 플러스섬을 찾는 합병이나 효율화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수주업은 고객의 선주문을 필요로 한다. 고객은 정부, 기관, 혹은 소수의 자본력 있는 기업 또는 개인으로 한정된다. 공사기간이 길고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가 크다. 조선업과 건설업에서 주기적으로 워크아웃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불황이 길어지는, 사이클(경기순환)의 붕괴 조짐도 보인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데다, 저유가로 극심한 수주 가뭄에 처했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요처인 해운업이 침체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돌파구로 선택한 것은 해양플랜트 사업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경영전략의 실패'였다고 꼬집는다. 당초 해양플랜트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조선업도 해양플랜트로 수요 부진에 처한 조선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다. 하지만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발주처의 인도 취소 또는 지연 사례가 빈발했다. 설계 부문의 엔지니어링 역량 부족, 조선 3사 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가수주도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해양플랜트에서 큰 손실을 기록하면서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를 포함한 조선업 전체가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IMF에 따르면 1998~2007년 연평균 6.8% 증가한 세계 교역량이 금융위기 이후 2015년까지 연평균 2.9%로 둔화되면서 해운업이 크게 침체됐다. 저유가마저 더해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 부진, 친환경 선박 수요 위축 등 악재가 겹쳤다. 이로 인해 조선 수주는 절벽을 경험할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보인다. 지난해에는 크루즈선을 제외한 벌크선, 컨테이너선, 탱커, LNG선 등 대부분이 전년 대비 25% 미만 수준의 발주량을 보였다. 특히 부유식 해양플랜트 발주 실적은 '제로'였다. 지난해 세계 전체 선박 발주량은 2011~2015년 연평균 대비 37% 수준에 불과했다. 클락슨은 2020년까지의 연평균 발주량도 과거 5년 평균의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례를 찾기 힘든 장기 불황이다.
 
세계 무역공조가 약화돼 전방 수요산업 측면의 글로벌 교역 위축과 물류 감소가 일어날 것에 대한 리스크도 상존한다. 금융위기 때와는 형세가 달라졌다. 당시에는 해외투자가 줄어들며 투자유치국은 기업에 비해 협상의 열위에 있었다. 지금은 글로벌 수요 부족으로 시장 규모를 갖춘 미국과 중국 등의 나라들이 우위에 섰다. 도요타, 포드, GM을 비롯해 삼성, LG 역시 미국 진출을 서둘러 확정하며 트럼프의 압박에 저자세를 보인다.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기조는 세계교역 둔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도전도 위협적이다. 조선 강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최근 수년간 한국과의 수주량 격차를 벌려왔다. 2012년부터 수주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은 60%를 넘었다. 수주잔량 또한 양호해 한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건조량은 아직 한국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수주량이 한국보다 월등한 점을 고려하면 건조량에서도 중국의 추월이 확실시된다. 중국 정부의 '국수국조(중국 선박은 중국 조선소가 건조)' 정책 아래 자국 물량을 쓸어 담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나홀로 호황 중이다. 최근까지 이어졌던 부동산 활성화 정책 등 경기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2010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장기침체를 경험했지만 이후 경기 회복기를 지나 확장국면에 들어섰다. 주택 인허가 및 착공 물량으로 주거용 건설 물량이 호황을 이끌었다. 올 들어서도 양호한 업황을 보인다. 국내 건설 수주는 지난해 12월 월간실적으로는 역대 둘째로 높은 2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36.5% 늘었다. 올 1월에도 역대 1월 중 최대치인 10조원을 찍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부터는 경기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 상승을 주도해온 주거용 건물의 2015년 중반 물량이 올 하반기부터 준공되기 시작한다. 이에 따른 경기 하락의 가능성이 있다. 향후 주택 부문의 공급과잉 리스크도 제기된다. 특히 국내 주택 수주에만 의존해온 것이 불안 요인이다. 저유가의 장기화로 인한 중동 산유국의 부실화 등 신흥국들의 재정위기로 해외건설 수주는 부진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해외건설 수주액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국제유가가 폭락한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지난해 수주액은 282억달러로 2014년(66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다만, 유가는 OPEC의 감산합의 등으로 향후 완만한 상승세를 탈 수 있다. 현재 저점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체질 강화 및 효율화를 단행하면 향후 유가가 올랐을 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생존해야 한다. 조선업은 설비 및 인력감축, 비핵심사업 및 비생산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 자구계획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공공선박 조기 발주 등으로 수주절벽에 대응하고 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결국 서바이벌 게임"이라며 "유가 등 대외적 요인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조선업은 경쟁력 강화 차원을 넘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은 활황에 따라 업체 수와 업체당 수주액이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재무구조의 건전성도 여전히 취약하다. 향후 경영여건이 악화되면 부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변수들이 향후 국내 건설산업이 위축될 것임을 예고한다"며 "최근 부동산시장의 활황에 따라 호전된 경영 환경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면, 현재는 향후 시장 위축에 따른 산업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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