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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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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한화·CJ 정관변경 시도…경영권 방어·승계 포석

'3자배정'의 노림수 "경영권 방어 및 지분 승계"…법률대리인 등 이사 선임도 논란

2017-03-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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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SK, 한화, CJ가 나란히 제3자 주식 배정에 관한 정관 변경에 나선다. 3자 배정으로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분 승계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기존 주주의 의결권 침해 소지가 생기고, 외부주주의 경영 참여가 원천 차단된다는 논란을 낳는다.
 
오는 24일 924개 상장사가 일제히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SK, 한화, CJ 계열사들은 신주인수권, 의결권 배제 주식, 전환주식 발행 등의 정관 변경안을 올린다. SK하이닉스는 발행주식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주인수의 청약 기회를 부여한다. 대상은 주식총수 100분의 5 이상 소유 주주, 우리사주조합원, 계열사와 그 임원으로 제한된다.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20일 “비록 정관에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이라고 명시돼 있으나 그 내용이 광범위해 최대주주 등에게 배정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주식이 희석화될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한화투자증권,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은 발행주식의 2분의1 범위 내에서 의결권 배제 주식이나 전환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서 유상증자, 무상증자 또는 주식배당을 실시하는 경우 의결권 배제 주식에 대한 신주의 배정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즉, 우호주주에 의결권 배제 주식을 발행했다가 이사회 결의로 의결권 있는 보통주 배정이 가능하다. 이는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적대적 M&A 위협이 없음에도 외부주주의 정당한 경영 참여를 차단할 우려도 상존한다.
 
CJ와 CJ헬로비전, CJ E&M도 한화와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꺼내든다. 또 SK, 한화, CJ 계열사들은 주식 배정에 대한 사전공지 의무를 축소시키는 안도 마련해 논란을 키웠다. 각 사는 신주발행 시 제3자 배정과 관련 ‘금융위원회 및 거래소에 공시함으로써 그 통지 및 공고를 갈음할 수 있다’는 정관 신설을 추진한다. 기존 정관은 3자 배정의 경우 납입기일의 2주 전까지 주주에게 통지하거나 공고하도록 돼 있으나, 앞으로는 공시로 대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관 변경이 경영권 방어 차원으로, 최근 정치권이 이사회의 감독기능과 소수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또는 지분 승계를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통상 3자 배정은 경영권 보호용으로 아주 긴요하게 사용된다”며 “3자 배정시 발행가격에 대해 이사회 등 보호장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대주주가 경영권 분쟁이 생겼을 때 보호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SK하이닉스 지분을 SK텔레콤만 갖고 있다"며 “3자 배정 형식으로 최태원 회장에게 주식을 배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CJ와 한화는 본격적으로 승계 작업에 들어간 게 아닌가 추정된다”며 “전환주식이 누구한테 배정되는지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그룹 측은 2014년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근거 마련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다수의 이사 선임 안건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린 것이 주요 쟁점이다. 회사의 재산을 정당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고, 정경유착으로 회사의 평판을 훼손한 책임이 이사진에 있다는 지적이다. 뇌물공여, 횡령 등의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삼성이 대표적이다.
 
회사와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의 관련자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안건도 다수 상정돼 이사회 독립성 문제가 제기된다. SK케미칼은 법무법인 광장의 파트너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SK네트웍스도 회사와 용역계약을 맺은 삼일회계법인 고문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된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변론을 맡았던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고문이 이사 후보에 올랐다. 한화는 전직 임직원을 사외이사 및 감사이사로 선임하는 안이 여러 건 상정됐다.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테크윈 등이다. 한화는 이미 6개 상장계열사 28명의 사외이사 중 9명이 해당회사 또는 계열사 출신이다. 방위산업 업체인 한화는 밀접한 거래관계가 있는 군 장성 출신 인사를 2000년부터 사외이사로 선임해왔으며 이번에 재선임안이 올랐다.
 
삼성물산도 법률 자문관계가 있는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신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맡는다. 삼성생명보험은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된다. GS도 계열사의 외부감사인을 맡고 있는 안진회계법인의 양승우 회장이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이 된다. GS건설은 허창수 회장과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의 이사 재선임안이 상정됐다. GS건설의 사내이사 3명 중 2명이 총수일가다. 허 회장은 GS를 포함해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장으로서 책임 문제도 거론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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