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검찰, 중점 타깃 '롯데'…'부정 청탁' 규명 관건

재단지원 재벌들 공통요건…증거확보 어렵다는 분석도

2017-03-23 06:00

조회수 : 2,19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소환조사를 마쳤지만 검찰 속내가 복잡하다. 재벌기업에 대한 뇌물 혐의 수사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구속 기소하면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자금지원 부분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혐의를 적용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모녀에 대한 독일 법인 자금 지원과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명목 자금지원은 일반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형법은 제3자뇌물죄에 대해 일반 뇌물죄와는 달리 ‘부정한 청탁’을 범죄 구성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뇌물혐의로 구속기소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부회장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 임원들과 조직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독대 등을 통해 '부정한 청탁'을 한 증거와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들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완성,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등이 그것이다. 불구속 기소된 최 전 실장 등 핵심인원 4명의 공소사실도 같다. 이 법리는 이 부회장의 재단 출연금 지원에 대한 제3자뇌물 혐의에도 적용됐다.
 
특검팀으로부터 사건을 이어받은 검찰의 재벌기업 수사 성패도 재단 출연 지원 자금과 ‘부정한 청탁’이 삼성의 경우처럼 조직적으로 오간 물증을 확보하는 데에 달려 있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그러나 수사 선상에 오른 SK와 롯데, CJ 등에 대해서는 이런 ‘딱 떨어지는’ 물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사건을 특검팀으로 넘겨주기 전 뇌물혐의에 대해 수사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재단설립 관여자들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구속기소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검찰과 형사사건 전문 법률가들에 따르면, 수사가 가장 집중될 그룹은 롯데다. SK는 이미 마무리 단계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수사가 많이 진행됐다. ‘부정한 청탁’도 김창근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태원 회장 광복절 특사 사실을 안 전 수석에게 미리 전해 듣고 보낸 감사 메시지가 재판을 통해 공개되고 수사 과정에서 안 전 수석 업무수첩 등에 이를 뒷받침 하는 증거들이 상당수 확인됐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은 2015년 7월 공식 만찬에서 박 대통령과 만난 뒤 같은 해 10월26일 미르재단 28억원을, 12월31일 K스포츠재단에 17억원을 각각 출연했다. 2016년 2~3월 중 개별면담 뒤 그해 3월17일 K스포츠재단에 추가출연 요구를 받고 5~6월 70억원을 추가 출연했다가 6월 되돌려 받았다. 자금 출연과 회수 시기가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사건’ 시기와 맞물린다.
 
문제는 롯데가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면세점 특혜’가 거론되지만 면세점 인허가를 받기 전 롯데는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 그 배경에는 재단 출연금 지원 등에 소극적이었던 롯데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로부터 ‘괘씸죄’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업계 중론이다. 뇌물과 함께 '부정한 청탁'을 넣고 대가를 받았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해석이다. 면세점 외에는 실질적으로 롯데가 얻은 이익도 없다. 검찰 수사의 초점도 이 부분에 집중돼 있다.
 
CJ도 사정은 같다. 손경식 회장이 박 대통령과 2015년 공식·개별 면담 후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총 13억원을 출연했으며 이듬해인 지난 8월15일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정부 비판적인 태도 때문에 ‘괘씸죄’를 받고 이미경 전 부회장까지 사퇴압력을 받아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22일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취재진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여부 질문을 하자 말없이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