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대우조선 3조원 추가투입)금융당국, 말바꾸기 "추가 지원 없다"→"예측실패 인정"

작년말까지 장미빛 전망 내놓다 뒤늦게 실사…한진해운과 차별 뚜렷, 이중잣대 논란

2017-03-23 15:42

조회수 : 1,193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지원은 없다"며 시장을 안심시키던 금융당국이  뒤늦게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며 말을 바꾸며 구조조정 정책 실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청와대 '서별관 회의'로 불리는 밀실회의에서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4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경영 정상화는커녕 대규모 추가 자금을 다시 쏟아붓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한 사령탑으로 수조원대의 국민 혈세를 낭비하게 만든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 결정한지 1년 반 만에 또다시 2조9000억원의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를 지원하게 된 것은 당시 2016년 수주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시 2016년 대우조선의 수주 예상치를 115억달러로 잡았다. 이 정도의 신규 수주만 확보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대우조선의 작년 실제 수주 실적은 당국의 전망치 10분의1을 조금 넘는 15억4000만달러 그쳤다. 이는 작년 7월의 수주 전망치 62억달러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작년 내내 수주 절벽이 이어졌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은 올해 1월이다. 작년 말까지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 중 소난골에 드릴십을 인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난골에서 잔금이 들어올 경우 대우조선은 추가자금 지원이 없어도 올 연말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후 새 정부가 대우조선 상황을 다시 점검해보고 결정하도록 한다는 게 금융당국 생각이었다.
 
그러나 소난골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국제유가가 올라야 석유 개발업체들이 시추선을 쓸려고 할 텐데, 오르는 듯하던 유가는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계속 소난골에 기대를 걸다가는 대우조선이 촉발한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었다. 결국 소난골 드릴십 잔금에 대한 기대를 버린 채권단과 정부는 외부 회계법인에 대우조선의 재무구조와 유동성에 대한 실사를 맡겼고, 이달 초에야 결과를 받아들었다.
 
실사 결과 대우조선의 부족 자금은 최대 5조1000억원에 달했다. 신규 수주는 올해도 20억달러에 그치고, 내년엔 54억달러 정도일 것이라는 전망됐다. 오는 4월 21일 회사채 만기 때부터 당장 유동성 부족이 본격화되고, 추가자금 지원이 없다면 부도 위기를 맞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말까지 "더이상의 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박았던 정부와 채권단은 '예측 실패'를 인정했다. 임 위원장은 "2015년 10월 지원을 결정할 당시 보수적으로 전망한다고 했지만, 업황이 너무 좋지 않았고 결과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파산 선고를 받은 한진해운을 들어 금융당국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당시에 당국은 한진해운에 대해 "자구노력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지원이 없다"는 시장원칙을 강조했다. 자구계획 이행 미흡으로 한진해운을 청산시킨 반면,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퍼주기식 지원을 지속하는 것은 결국 '대마불사'의 논리라는 비난이다.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은 29% 수준으로 현대중공업(56%), 삼성중공업(40%)보다 훨씬 낮다. 대우조선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해 5조4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금까지 1조8000억원만 이행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구노력과 자율적인 채무조정, 대주주 중심의 부족자금 해결이라는 구조조정 절차는 똑같다고 해명하고 있다. 다만 한진해운은 소유주 가의 자구노력이 부족했고, 자율적인 채무조정 방안에 실패해 법정관리 후 파산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특혜 논란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대우조선에 B등급을 부여, 정상기업으로 분류했을 때도 제기된 바 있다.
 
금융당국을 향한 비난 여론과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우조선 살리기에 실패한 현 정부와 채권단은 손을 떼고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채권단과 금융위 내부적으로도 대우조선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을 일시적으로만 지원해 4월 회사채를 막고,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응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는 의견과 현 정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계속 추진할지는 현 정부와 채권단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며 "하지만 차기 정부의 원활한 경제 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추가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입장 설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결국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혈세를 또 투입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며 "한진해운과 대우조선 처리가 어떻게 다른지, 대우조선이 앞으로는 정상화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