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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한 '꿈의 직장' 만들고 싶다"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유점화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 대표

2017-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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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보라·권익도기자]  커피 한 잔에 향긋한 온기와 따스한 정성이 묻어나는 카페가 있다. 지적장애인과 자폐장애인 6명이 함께 하는 그라나다카페다. 장애인들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서빙을 하며 손님을 맞는다. 로스팅된 커피 원두 상품을 예쁘고 꼼꼼하게 포장하는 일도 맡는다.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에서 만든 사회적기업인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그라나다센터)에 위치한 그라나다카페는 현재 강서구 주민들이 즐겨찾는 아늑한 쉼터가 됐다. 
 
온화하고 따뜻한 인상으로 유 대표는 기자들을 맞았다. 장애인들과 함께 겪어온 시간들을 되짚으며 소회에 젖기도 했다. 때론 떳떳하고 당당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장애가 있더라도 그들이 주눅들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그라나다센터와 카페의 사명인 '당당한 우리, 행복한 직장'과 맞닿아 있었다.
 
유 대표는 마흔 살부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81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생운동을 하며 대학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졸업 후 잘나가는 학원강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마음 한켠은 항상 공허하기만 했다. 사회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는 신념은 세월이 흐른 뒤 사회복지사라는 또 다른 직업으로 이어졌다. 마흔살에 대학원에 입학해, 직업재활학을 전공한 뒤 2003년부터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 소속의 늘푸른나무복지관에 둥지를 틀게 됐다.
 
사회적기업 그라나다센터는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그라나다센터는 사회복지법인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가 세운 사회적기업이다. 지적·자폐 장애인들에게 직업을 제공한다.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는 1572년 교황 성 비오 5세에 의해 정식 수도회로 인준 받은 후 전세계 48개국, 43개의 종합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에 본부를 둔 한국지부는 정신병원과 알코올치료센터, 장애인복지시설 등 주로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가 장애인을 위한 직업시설을 구상하고 현실화 시킨 것이 유 대표 인생의 또 한번의 전환점이 됐다. 유 대표는 아일랜드에서 장애인들이 일하는 호텔과 레스토랑을 견학하고 돌아와 한국화된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7년 1월 그라나다센터를 정식으로 오픈했고, 쇼핑백 등 문구류를 포장하는 임가공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4월 그라나다카페를 열었다. 3년뒤인 2010년부터 커피 원가를 줄이기 위해 직접 로스팅 사업도 벌이게 됐다.
 
센터에는 현재 총 45명의 근로장애인들과 8명의 사회복지사가 일하고 있다. 센터의 매출 비중은 로스팅된 원두를 판매하는 로스팅 사업이 60% 정도로 가장 높다. 2010여년부터 그라나다센터가 위치한 곳이 자전거족들의 출발점이 되면서부터 카페 매출이 늘고 있다. 또 센터 바로 옆에 교회와 성당이 위치해 예배와 미사가 끝날때면 커피 한잔 하려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겨울의 설경은 이미 주변에서 정평날 정도라고 유 대표는 귀띔했다.
 
10년간 어려움도 많았다. 커피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스팀을 무서워하는 장애인 직원들을 다독여야 했고, 장애인 손으로 만드는 샌드위치가 더럽다며 무시하는 일반인들의 선입견과 마주해야 했다. 커피 원가를 줄이기 위한 로스팅 사업을 시작할 당시 품질 안정화에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거래처의 까다로운 입맛과 주문을 맞추기 위해 늦은 밤까지 센터에서 일한 것도 부지기수였다.
 
대다수의 사회적기업이 그렇듯 그라나다센터의 가장 큰 고민은 매출이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 구매 특별법'을 통해 공공기관에 커피원두를 납품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을 높여가야 할 것으로 유 대표는 판단하고 있다.
 
"성당과 교회 등 종교단체 행사를 통하거나 후원금을 모으는 등의 '쉽게' 가는 방법도 있다. 정통방법이 아닌데다, 지속가능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힘으로 매출을 일구려고 한다"
 
유 대표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원두자판기와 원두커피, 드립백 커비, 발아더치 커피 등의 제품을 다양화하고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출 다변화가 곧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유 대표는 "마케팅을 전담으로 하는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면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고 매출을 다변화해 결국 장애인들의 복지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두자판기와 원두커피 등의 매출이 늘어나면 그 제품을 덜고 포장하는 일도 늘어나게 돼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그라나다센터는 서울시로부터 직원 일부의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최대 11명의 일반인 직원의 인건비가 지원된다. 센터는 전국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5분의 1(110군데)이 서울에 몰린 탓에 서울시로부터 5명분의 인건비밖에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센터 관계자들은 이같은 이유로 관련 지원 업무 및 예산배정이 소속 지자체가 아닌 보건복지부로 이관되길 바라고 있다.
 
유 대표가 센터를 운영 제1원칙으로 삼는 것이 바로 '장애인들의 행복과 꿈'이다. 그라나다센터는 개인별로 맞춤형 퇴근 시간을 정해두고 있고 근무 시간 내에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진행한다. 4대보험과 60세까지의 정년도 보장된다. 그라나다센터가 장애인들 사이에서 '서울대'로 비유될 정도로 경쟁률이 높고 인기가 좋은 이유다.
 
"그라나다센터가 장애인들의 평생 직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지급은 월급은 적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어 장애인들이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꾸려 갈 수 있는 '꿈의 직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유 대표는 장애인 직원 관리와 프로그램 조율, 운영 전략 수립 및 회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긍정적이고 밝은 웃음에서 생겨난 아름다운 주름이 그를 더 빛나게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년을 2년 앞둔 2025년에 해외로 나가 봉사를 이어가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덧붙였다.
 
유점화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 대표가 그라나다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보라·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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