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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

전시 또는 반품된 TV…절대로 사지 마라

2017-03-24 17:24

조회수 : 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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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열풍적으로 전시/반품 제품을 팔았던 때가 있다. 한시적으로 또는 한번 켜보고 말았다는 제품들을 시중가보다 10%이상 저렴하게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을 혹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전시/반품 제품들은 정말로 싼 것일까?


제품에 따라 그리고 개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전시제품이 결코 싸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되려 손해를 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중에서도 TV는 절대로 사야하지 말아야 할 품목 중 하나다.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온 것은 그만큼의 이유가 있다.


 




▲LED의 수명


최근에 나오는 TV는 대부분 LED TV로 출시된다. LED는 유기발광다이오드의 약자인데 작지만, 밝고, 저전력에 TV를 얇게 만들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이제는 기본적인 TV형태가 됐다. LED는 수명이 길다는 장점도 있는데 1만시간, 2만시간, 5만시간 등 소재에 따라 다양하다.


언뜻 봐서는 절대로 못채울 시간 같다. 지난 2015년 한국인 하루 TV시청시간이 3시간11분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했을 때, 10년 이상은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전자제품 매장의 TV들은 매장이 운영되는 내내 틀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다. 전시된 TV는 하루 13시간 가량 빛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매장이 연중무휴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390시간 이상 빛을 내고 있는 것이고, 분기별로 신제품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전시제품의 LED는 1,170시간 이상의 수명이 소모된 셈이다.


1만시간 가운데 1천시간은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화질감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LED는 이전보다 밝은 빛을 내지 못해 어두우며, 경우에 따라서는 소리도 둔탁하게 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전시제품들은 매장에서 선명한 화질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밝은 밝기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LED의 수명은 더 줄어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LED의 수명을 1만시간, 2만시간, 5만시간 등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이를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된다. 기업들이 LED를 1만 시간 이상 틀어놓고 수명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가혹한 환경에서 LED 수명을 측정한 뒤 일반적인 환경에서의 수명으로 환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말하는 '최대'라는 글자의 의미는 1만, 2만, 5만 등의 숫자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온보드(Onboard)


최근 소비자들은 얇은 TV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TV 두께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부품들이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TV 제조사들은 온보드(Onboard) 방식을 사용해 TV를 생산한다. 온보드 방식은 TV수신장치나 저장장치를 기판에 직접 부착하는 것을 뜻한다. 이 방식은 TV의 두께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단점이 있다. AS가 어렵거나 또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TV의 전원공급장치가 고장났다고 가정하자. 이전에는 전원공급장치 부품만 교체하면 됐지만, 지금은 기판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전원공급장치가 기판에 붙어있어, 수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200만원짜리 TV를 구매하고, 수리비로 90만원 이상을 쓸 수 있다.


전자기기는 열에 취약하며, 가전매장의 전자제품들은 13시간 이상 틀어져있다. TV가 발산하는 열과 그 주변의 또 다른 TV들이 발산하는 열이 기판에 좋은 영향을 줄리 없다.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이미 소진된 수명이 다시 회복되진 않는다. 


 




▲잔상


위아래 검정색 바(Bar)로 되어있는 홍보용 영상을 튼 TV를 간혹 본 적이 있을 것이다.(전문용어로 '레터박스'라고 한다) 하루 13시간동안 이 영상을 내보낸 제품으로 3개월 후 TV를 보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그동안 검정색으로 표시됐던 부분은 어둡게, 영상이 나갔던 부분은 밝게 나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를 번인(burn in), 태워졌다고 이야기한다. 번인 현상은 동일 화면이 장시간 노출되거나 반복 노출될 경우 해당 위치 소자의 수명이 다해서 다른 화면을 재생할 때에도 잔상처럼 남는 현상을 말한다. 3개월 내내 검정색 화면만 내보낸 부분은 다른 영상을 내보내도 검정색 잔상이 남는 것이다.


소비자는 싼 맛에 쓰는 것이지라고 생각하며 TV를 가져오지만, 막상 집에 와서 보는 순간 "실수했다"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단순히 위 아래가 검정색으로 보이는 것이지만, 방송을 볼때 검정색 잔상이 상당히 거슬리게 만든다. 


LED TV가 처음 나왔던 당시에는 이러한 번인 현상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레터박스'형태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제조사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는 레터박스가 없는 영상으로 홍보영상을 교체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TV의 두께도 얇아지고,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게 됐다. 하지만 하나의 기기에 다양한 기능을 넣을수록 고장이 발생할 확률은 높아지며, 이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비용도 증가한다. 더군다나 중고/전시제품이라면 그 시기가 더 빨리 도래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한 번 쓰면 5~7년은 써야하는 TV다. 눈 앞의 가격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합리적 소비를 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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