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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 위상은 하락했지만…소프트파워 경쟁력은 세계 최고

과학기술 경쟁력 수준급…지식정보·캐릭터 등 탁월

2017-03-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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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으로 위상이 높았던 일본이 이제는 과학기술 등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파워'로 과거의 자신감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6일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 글로벌 경제에서 일본의 위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경제 및 교역규모, 금융시장 규모 등 일본경제의 외형은 지난 20년간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과학기술, 문화, 사회시스템 등 유·무형의 소프트파워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내실은 더욱 탄탄해진 모습"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 과정에서 고속 성장을 이루며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장기불황'이 시작됐던 1990년대 초 자산버블 붕괴로 경기침체가 지속됐고, 그사이 중국이 G2 국가의 위상을 대체했다.
 
1982~1991년 동안 고도성장기를 보낸 일본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6%로 같은 기간 미국의 3.1%, 독일 2.8%, 영국 2.9% 등을 압도했다. 그러나 자산버블 붕괴 이후인 1992~2015년 동안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0.8%로 급격히 하락했다.
 
전 세계 명목 GDP(시장환율 기준) 중 일본의 비중은 1994년 17.5%에서 2015년 5.6%로 축소됐고, 1인당 GDP도 1995년 미국의 147.9%에서 2015년 57.9%로 떨어지는 등 일본 경제의 외형 축소를 드러내는 지표는 무수하다.
 
한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꽉 막힌 상태'를 뜻하는 '폐색감'이라는 단어가 일본 내에서 널리 쓰이기도 했지만, 일본 경제가 무력하지만은 않았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일본은 2015년 글로벌 조사기관인 'Future Brand'가 발표한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20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기술과 인프라, 기업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른 주요 글로벌 조사기관도 일본의 소프트파워 수준을 전세계 3~7위권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학기술 경쟁력 역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의 2015년 연구개발(R&D) 투자규모는 1700억달러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이며, GDP 대비 비중(3.5%)은 3위다. 2016년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세계경쟁력 보고서는 일본의 과학 인프라 경쟁력을 세계 2위로 평가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콘텐츠 시장규모도 전세계 2~3위권을 유지하며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2015년 기준 일본의 지식정보, 캐릭터, 게임, 음악시장 규모는 각각 세계 2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진출을 늘리고 동남아, 인도 등 국가에서 공공개발원조(ODA)를 적극 추진한 점도 일본의 국제적 위상 회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일본계 해외 현지법인 수는 1990년 8000개에서 2015년 2만4000개로 늘어났고, 경기침체에도 연간 100억달러 내외의 ODA 규모를 유지했다. 최근에는 기업의 해외진출과 연계된 전략적 ODA를 확대하고 있다.
 
내실을 탄탄히 다져가고 있는 일본에도 리스크 요인은 있다. 바로 인구 고령화와 중국의 부상, 일본 내 자국 중심주의 강화 움직임이다. 고령화는 노동생산성 하락과 재정건전성 악화를 야기하고, 과거사 문제가 얽혀있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긴장은 일본의 국제적 위상 제고 노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기산 한국은행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일본의 사례는 90년대 초 일본 경제와 유사하게 성장률 하락, 고령화 등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양적 성장뿐 아니라 문화, 브랜드 가치, 과학기술 등을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의 융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한류' 등 높은 문화적 잠재력과 모바일 등 정보통신 기술력을 갖춘 우리나라가 글로벌 위상을 제고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제에서 일본의 위상. 자료/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2017년 11호)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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